[김광현의 IT 집중분석] '저커버그' 키운다더니…모바일게임  '셧다운' 새 족쇄
아이폰에는 앱스토어가 있고,안드로이드폰에는 안드로이드마켓이 있다. 게임을 비롯한 각종 애플리케이션(앱 · 응용 프로그램)을 사고파는 장터다. 물론 공짜 앱이 절반을 넘는다. 판매자와 구매자가 직거래한다는 의미에서 '오픈마켓'이라고 한다. 이 오픈마켓이 개설된 80여개 국가 중 앱스토어에 게임 카테고리가 없고 안드로이드마켓 게임 섹션이 텅 비어 있는 곳은 한국뿐이다.

게임물 사전심의제 때문이다. 게임법에는 모바일게임도 사전심의를 받게 돼 있다. 이 제도는 수십만개 모바일게임이 국경 없이 넘나드는 상황이 오면서 실효를 잃었고 게임산업 발전만 저해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는 오픈마켓 게임에 한해 자율심의를 허용하는 쪽으로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게임업계는 법을 바꿔도 오픈마켓이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유는 관계부처 협의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겼기 때문이다. 문화부가 오픈마켓 게임 자율심의를 도입하기로 했지만 여성가족부가 셧다운제를 도입키로 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셧다운제는 청소년이 밤 12시부터 아침 6시까지 게임을 이용하지 못하게 차단하는 조치다. 문제는 셧다운제 대상에 모바일게임까지 포함돼 주민번호 인증 시스템을 탑재해야 한다는 점이다.

게임업계는 국경을 넘나들며 게임을 내려받는 판국에 주민번호 인증 시스템을 탑재하라고 하면 애플과 구글이 오픈마켓 게임 카테고리를 열 리가 없고,연다 해도 외국 기업들이 들어오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게임업계 관계자 중에는 "국내 시장은 포기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이렇게 되면 모바일게임 자율심의를 허용해도 오픈마켓 게임 섹션은 텅 비게 된다.

전문가들은 셧다운제 때문에 오픈마켓이 열리지 않는다면 한국은 다시 '갈라파고스(외딴 섬)'로 전락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휴대폰에 '위피(한국형 플랫폼)' 탑재를 의무화한 바람에 아이폰 도입이 3년 이상 늦어져 모바일 산업이 낙후됐고 '갈라파고스'란 비판을 받은 적이 있다. 모바일게임에 주민번호 인증 시스템을 탑재하게 하면 똑같은 결과가 반복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모바일게임에 주민번호 인증 시스템을 탑재하고 셧다운제를 실시해도 실효를 거둘지 의문이다. 지금도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폰 사용자들은 미국 홍콩 등 해외 오픈마켓에서 게임을 구입해 사용한다. 중 · 고등학생들은 모를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관계 부처 공무원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하지도 않고 오픈마켓 생리를 이해하지 못한 채 정책을 입안하는 것도 문제다.

게임업계는 이명박 대통령이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가 우리나라에서도 나올 수 있도록… 열린 환경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발언한 직후 더욱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대통령은 그렇게 생각해도 정책은 규제를 늘리는 쪽으로 가고 있지 않느냐"는 얘기다. 한 관계자는 "국내 시장을 포기하고 해외로 나가야만 하는 사정을 대통령이 과연 알고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이영민 문화부 사무관은 "청소년법 개정안에 셧다운제 대상이 지나치게 포괄적으로 명시돼 있어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조린 여성부 사무관은 "그대로 실행해도 별 문제 없을 것"이라며 "문제가 생기면 그때 보완하면 된다"고 했다. 오픈마켓 게임 자율심의제 도입안이 국회에서 표류한 지 2년이 넘었다. 이젠 셧다운제 때문에 또 부질없이 시간을 허비하게 생겼다.

김광현 k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