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 생활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에 이어 폭설과 한파까지 겹친 탓이다. 생크림 등 일부 유제품은 공급 차질이 빚어지기 시작했다. 우유업체가 젖소 농가에서 매일 조달하는 원유(原乳)량도 평소보다 10% 이상 감소했다. 젖소 살처분이 대대적으로 진행되고 있어 오는 3월 유제품 성수기에 접어들면 '우유 대란'이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3월 '우유 대란' 우려

서울우유는 6일 부서별로 구제역 대책회의를 잇달아 가졌다. 회사 관계자는 "하루 평균 1900t가량 조달하던 원유량이 15% 이상 줄어들면서 회사 전체에 비상이 걸렸다"며 "당장 구제역이 진정되기를 기도하는 길 외에 다른 대책이 없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일부 유제품에서는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파리바게뜨 등의 베이커리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SPC그룹 관계자는 "최근 서울우유에서 들어오던 생크림 공급이 끊겼다"고 말했다.

3월부터는 더 심각하다. 우유업체 관계자는 "구제역이 더 번질 경우 학교 급식이 재개되는 3월엔 우유대란이 빚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낙농업계 관계자는 "젖소 송아지를 다 키워 원유를 짜기까지는 약 1년이 소요된다"며 "살처분이 급증하면서 국내 낙농업 기반이 무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고 우려했다. 이날 현재 전국 젖소 농가의 40%가량이 밀집돼 있는 경기도에서만 1만2653마리의 젖소가 살처분됐다. 작년 초 구제역 발생 때 전국 살처분 물량보다 세 배 이상 많은 것이다.

육류 값도 급등하고 있다. 한우(거세우) 1A 등급의 지난 5일 경락가는 ㎏당 1만7055원으로,안동에서 구제역이 처음 발생한 지난해 11월29일에 비해 13.7% 뛰었다. 같은 등급의 암퇘지도 이 기간에 21.6% 급등했다.


◆배추값은 1주일 새 34% 급등

채소 가격은 최근 이어진 한파와 폭설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고 있다. 농수산물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 5일 서울 부산 등 전국 주요 대도시 대형마트 등에서 배추 상품 한 포기는 평균 4376원에 팔렸다. 한 주 전에 비해 22%가량 오른 가격이다. 도매가격 상승폭은 더 크다. 배추 1㎏ 가격은 1360원으로 1주일 새 34.6% 올랐다.

무 도매가격도 급등하고 있다. 이날 무 상품 1㎏은 810원으로 지난주에 비해 20.8% 상승했다. 시금치 상추 등의 최근 1주일 가격상승률도 30%를 넘어섰다. 인창수 서울시농수산물공사 전산정보팀 과장은 "핵심 채소류인 배추와 무는 전남 해남과 제주 지역이 각각 주산지인데 지난주 폭설에 이어 한파가 계속되면서 출하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게 가격 급등 원인"이라고 말했다.

◆공공요금도 줄줄이 뜀박질

상 · 하수도,쓰레기 봉투,도시가스 등 서민 생활과 직결되는 지방자치단체 공공요금도 들썩이고 있다. 경기도 6개 시 · 군이 상반기에 상수도 요금을 인상한다. 용인시는 3월부터 평균 5.8%,하남시와 여주군은 각각 13.3%,9.6% 올리기로 했다. 군포시는 상반기 중 10% 안팎을 올릴 계획이며,양평군도 하반기 비슷한 수준의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경남 진주시는 최근 수도요금을 t당 445.44원에서 524.3원으로 17% 올렸다.

김철수/심성미/임현우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