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러시아에 대해 무지한 데다 무관심하기까지 합니다. 러시아는 거대한 시장과 잠재력을 지닌 대국입니다. "

지식경제부 장관을 지내고 지난해 2월 말 부임한 이윤호 주러시아 대사는 자리에 앉자마자 러시아 예찬론을 폈다. 시장 투명성 등 여러 측면에서 보완할 점이 많지만,그런 문제가 해소되고 난 뒤엔 파고들 여지가 그만큼 좁아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대사는 "어느 나라든 특유의 리스크는 있게 마련"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경제 현대화에 전념하고 있고 올해 세계무역기구(WTO) 가입도 예상돼 빠른 속도로 비즈니스 인프라를 갖춰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러시아 정부는 올해 11억달러를 투자해 철도수송시스템과 서비스를 개선할 계획"이라며 "낙후된 모스크바의 대중교통을 현대화하는 일에 한국 기업들이 적극 참여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전했다. 또 2018년 러시아월드컵 때 개최 도시를 고속철도로 연결키로 하고,이 중 모스크바~상트페테르부르크 간 고속철 운영에 한국의 참여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국영기업 민영화에도 관심을 가질 것을 주문했다. 지난해 11월 10여개 주요 국영기업의 지분 매각을 핵심으로 하는 2011~2015년의 민영화계획을 발표했다. 매년 약 100억달러의 민영화 수입으로 재정적자를 메운다는 구상이다. 러시아 최대 은행 스베르뱅크 지분 7.58%를 포함해 석유 철도 변전 수력발전 에너지수송 곡물유통회사 등이 대거 매물 리스트로 올랐다.

이 대사는 러시아시장의 장점으로 막대한 자원,큰 소비시장,질 높은 인적자원 외에 한국에 호의적인 점을 들었다. 일본과 과거사 및 북방 영토 문제로 불화를 겪고 있고,사회주의권인 중국이 경제 현대화에 먼저 성공한 점을 마뜩찮게 생각해 한국을 대안으로 보고 있다는 얘기다. 역사적 · 지리적으로 가까운 유럽은 무시하기 힘든 경쟁 상대지만,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데다 서비스나 제품 가격이 한국보다 비싸 충분히 붙어볼 만하다는 게 이 대사의 진단이다.

모스크바=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