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최근 인(P)대신 독성물질인 비소(AS)를 생체에너지 구성 성분으로 한다는 박테리아(GFAJ-1)를 발견했다고 발표하면서 '극한미생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극한미생물은 생체구조가 특이해 섭씨 80도 이상의 고온,고압력,고염도 등 '극한' 환경에서도 살아갈 수 있는 미생물이다.

이한승 극한미생물연구회 회장은 "생명체의 기원으로 추측되는 것은 일반세균이 아니라 '고세균'이라는 독특한 세균인데 대부분 극한미생물"이라며 "과학적으로 검증을 더 거쳐야 하지만 NASA가 찾아낸 GFAJ-1은 호(好)염성 극한미생물의 일종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최근 대전 본원에서 '1회 극한미생물 콘퍼런스'를 열고 극한미생물 · 고세균 연구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수소 만들어내는 '고세균' 발견

극한미생물이 중요한 이유는 고온에서 일어나는 화학반응을 효과적으로 매개하기 때문이다. 극한미생물이 생산해내는 효소는 전분이나 유지를 만드는 기초산업부터 고도의 화학공정까지 다양한 분야에 걸쳐 촉매로 사용돼 왔다. 유전자를 증폭해서 자세히 볼 수 있는 주요 도구인 핵산증폭검사(PCR · 중합효소연쇄반응)도 극한미생물이 만들어내는 효소로 인해 더 발전했다.

최근엔 단순히 효소를 넘어 극한미생물 자체를 이용해 GFAJ-1처럼 특수 생명체의 기원을 밝히거나, 차세대 에너지원을 개발하려는 노력이 진행 중이다. 강성균 한국해양연구원 책임연구원은 2002년 해양연의 해양탐사선 온누리호가 파푸아뉴기니 심해 1700m에서 끌어올린 미생물을 수년 동안 분리배양하고 연구한 끝에 극한미생물인 고세균을 확보하고 '써모코커스 온누리누스 NA1'이라고 이름붙였다. 그는 이 고세균이 개미산 · 전분 · 일산화탄소(CO) 등을 먹고 자라면서 수소를 지속적으로 방출하며,그 양이 그동안 보고된 미생물 가운데 가장 많다는 사실을 이론적으로 규명해 최근 네이처지에 연구 성과를 실었다. 강 연구원은 "2012년 중반까지 기초연구를 끝내고 2018년께는 상용화할 수 있도록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나무껍질로도 바이오연료 생산

양성재 부산대 연구원은 나무껍질이나 풀을 사용해 바이오에탄올을 생산할 수 있는 미생물을 연구 중이다. 미국 에너지국(DOE) 산하 바이오에너지사이언스센터(BESC)의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한 그는 이번 콘퍼런스에서 연구 성과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특정 나무껍질이나 풀 등 식물바이오매스의 경우 분해하기 어려운 셀룰로오스 등이 많다. 따라서 이를 분해하기 쉽고 발효가 가능한 당 및 생체 에너지원으로 바꾸는 것이 바이오에너지 생산의 관건이다.

그는 포플러 등 나무껍질이나 특정 종의 풀(스위치글라스)을 분해하고 이를 통해 당과 생체에너지원을 생산하며, 이를 이용해 다시 바이오에탄올 · 부탄올 등 바이오연료를 생산해내는 극한미생물을 찾아내 이를 '켈디셀룰로시럽터(cadicellulosiruptor)'라고 명명했다. 보통 바이오에탄올을 생산하려면 옥수수나 감자 등의 원료에 촉매를 써 발효시키고 고온 화학공정을 거쳐 고순도로 정제해야 하는데 이 극한미생물을 이용하면 이런 과정이 필요 없다는 것이다. 그는 이 미생물의 유전체를 해독하고 산업적 이용 가능성을 증명한 논문을 펴냈으며 현재 같은 군으로 분류할 수 있는 미생물에 대한 추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 고세균(古細菌)

archaebacteria:일반적 세균과 지질 · 세포벽 구성물질 등이 근원적으로 다른 원핵생물(핵이 없는 생물)로 초호열(超好熱)균 · 호염(好鹽)균 등 극한 상황에서도 생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