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준비 안된 행사에 바쁜 기업인들을 왜 불렀는지 모르겠습니다. "

지난 13~14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10 뿌리산업엑스포'에서 만난 한 참가업체 대표는 텅빈 전시장을 보면서 한숨을 내뱉었다. 뿌리산업이란 주조 금형 열처리 표면처리 소성가공 용접산업 등을 일컫는다. 산업의 기반이 된다는 뜻에서 그렇게 불린다. 일본과 독일에선 제조업 강국을 지탱하는 핵심업종으로 인정받지만,한국에서는 정보기술(IT) 등 첨단산업에 밀려 별다른 관심과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올해 처음 열린 뿌리산업 엑스포에 대한 관련 업체들의 기대는 컸다. 그렇지만 60여개사가 참가한 전시회는 썰렁하다 못해 적막하기까지 했다. 둘째날 기자가 3시간 남짓 취재하는 동안 전시회의 흔한 풍경인 구매상담 모습을 볼 수 없었다. 행사장의 3분의1 정도를 차지하고 있던 '취업 박람회'에는 구직자는커녕 회사 관계자조차 찾아보기 힘들었다. 몇몇 기업들은 점심시간도 되기 전에 부스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행사 관계자는 이틀간 약 1300명이 행사장을 찾았다고 했다. 이마저도 기념품을 받으러 온 일반인과 참가사 관계자들이 대부분이었고,바이어와 취업 희망자 등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참가기업들은 행사를 주관한 생산기술연구원 측의 준비부족을 지적했다. 용접 가공을 하는 A사는 "행사가 임박해 부스가 공짜니 참석만 해 달라고 해서 왔는데,이틀간 단 한건 제대로 된 상담이 없었다"고 말했다. 일본 가공기계업체 H사의 한국 대리점 관계자는 "일본에서 임원들까지 초청했는데 방문객이 너무 없어 민망했다"며 "고베철강 등 일본 대기업 관계자도 찾았는데 망신이 아닐 수 없다"고 혹평했다.

생기연 측도 준비 부족을 시인했다. 준비위원회 관계자는 "매년 12월 뿌리산업 경진대회를 하는데 올해는 엑스포도 같이 개최하라는 (정부의) 과제가 내려와 급히 준비하게 됐다"며 "홍보가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라고 시인했다. 한 행사 참가자는 "준비 안된 행사에 국민 세금이 낭비되는 것도 아깝지만,엑스포 진행에 뿌리산업을 대하는 정부의 자세가 투영된 것 같아 더욱 안타깝다"고 말했다.

남윤선 과학벤처중기부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