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적인 이야깃감들이 매섭다. 국민일보 편집국장과 논설실장,편집인을 지낸 저자가 10년 동안 쓴 칼럼 88편을 묶어 《한석동의 辛소리,거꾸로 달려간 세상》을 펴냈다. 총 6개 장(章) 중 5개는 한국의 민주주의,군대,북한,좌파통치 10년을 주제어로 삼았다. 칼럼 한 편씩 들여다보면 논란의 핵심을 가차 없이 찌르고 있다.

저자는 올해 초 세종시 수정안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갈등,대통령과 청와대 주변의 실세들,여전히 '주먹이 더 가까운 조폭 국회' 등을 비판한다. 천안함 사태와 서해교전을 바라보며 우리 군 장병들을 격려하고 군의 정체성도 강조했다. 남북교류협력 사업이 남측의 일방적인 시혜로만 이뤄지고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북한 인권에 대해선 외면해온 점도 질타한다. 김대중 · 노무현 정부가 남긴 그늘과 촛불집회,각종 선거에 대한 반성도 직설적이다.

국민과 언론이 제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는지 은근히 묻는 대목에 눈길이 간다. '죽을 쒀도 대선 직전에만 잘 하면 된다''저질 정치는 유권자 책임' 등에선 국민의 올바른 눈높이와 자세를 촉구한다. 지나친 경쟁 속에 불필요한 뉴스들을 양산하며 논란을 부추기는 저널리즘의 단면은 '너절리즘'으로 꼬집는다.

시의성이 생명인 칼럼은 자칫 '지난 이야기'처럼 보이기 십상이다. 그런데도 이 책은 이념의 혼돈과 갈등이 적지 않았던 지난 10년의 난맥상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현재와 미래를 위한 반추(反芻)가 되게 한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