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구글은 크롬 운영체제(OS)를 탑재한 넷북을 내년 상반기 중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OS란 말이 붙었지만 사실상 기존 브라우저 크롬으로 작동되는 넷북이다. 구글은 OS와 소프트웨어를 없애고 브라우저만으로 사용이 가능한 컴퓨터를 선보이겠다는 것으로 그동안 OS와 소프트웨어에서 아성을 쌓아온 MS에 직격탄을 날리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앞서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 10월 말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오피스365' 시험판의 미디어 발표회를 열었다. 커트 델빈 MS 오피스사업부 사장은 "MS의 고객들은 더 이상 자체적으로 구축해온 소프트웨어를 클라우드 컴퓨팅으로 옮겨야 하는지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며 "고객들이 최고의 생산성을 제공하는 오피스365로 옮기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이는 모든 프로그램을 웹에서 구동하도록 하는 구글을 직접 겨냥한 공격이었다. 구글과 MS,즉 인터넷과 소프트웨어의 두 거물이 클라우드 시장의 향방을 놓고 본격적으로 충돌하기 시작했다.

◆MS-구글의 클라우드 쟁탈전

클라우드(Cloud)는 구름 저 너머 어딘가의 전산 자산(소프트웨어,하드웨어,네트워크,컴퓨팅 파워 등을 모두 포괄)을 이용하는 컴퓨팅을 말한다. 즉 정보가 처리되고 저장되는 위치를 개인 컴퓨팅 단위가 아닌 데이터센터의 컴퓨터 가상화 작업을 통해 처리한다는 뜻이다.

하드웨어만 제공하는 초보적인 수준의 클라우드 시장에서는 아마존이 일찌감치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구글은 하드웨어뿐 아니라 운영체제(OS),응용소프트웨어까지 컴퓨터 사용과 관련된 전 영역의 클라우드화를 추진하고 있다. 모든 정보를 언제 어디서나 검색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회사의 목표인 구글로서는 개개인이 각자의 컴퓨터 소프트웨어에 정보를 갖고 있는 것을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웹상의 정보로 변화시키려는 것은 당연하다. 구글은 2007년부터 이메일과 문서작성,일정관리 등을 웹상에서 처리할 수 있는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구글 앱스(Google Apps)'를 밀고 있다. 하지만 이는 소프트웨어 패키지를 판매해 대부분의 수익을 얻는 MS와 충돌할 수밖에 없다.

MS는 오피스365를 출시,고객 이탈을 막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구글이나 아마존이 제공하는 클라우드로 전환할 필요 없이 MS가 클라우드 서비스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MS의 클라우드는 구글 등의 방식과는 좀 다르다. 오피스 365는 웹상에서 문서 작성과 데이터 정리를 할 수 있는 IT서비스다.

일일이 '구매'해 사용하던 오피스(사무용) 프로그램인 워드와 엑셀을 인터넷상에서 '빌리는' 개념으로 전환한 것이다. 구글이 이 서비스에 대해 진정한 클라우드가 아니라고 비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데이브 저로드 구글 기업부문 사장은 "오피스365는 기존 오피스 프로그램의 연장에 불과하고 단지 겉포장을 바꾼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급성장하는 클라우드 시장

구글,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초대형 기업들이 클라우드 시장에 이처럼 경쟁적으로 진출하는 것은 이 분야의 시장성이 뛰어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에 따르면 올해 클라우드 세계 시장 규모는 680억달러.4년 뒤에는 시장 규모가 1450억달러로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4년 만에 두 배가 넘게 성장하는 것이다. 최우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지난달 '클라우드 컴퓨팅 전개와 서비스 시사'란 보고서를 통해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의 전세계 시장 규모가 올해 796억달러(약 87조5600억원)"라며 "2014년에는 3434억달러로 연평균 34%의 고성장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예측조사 기관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이 시장에 대한 고성장 전망은 한결같다. 메릴린치증권은 최근 내년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 규모가 1600억달러에 달하고,그중 클라우드 애플리케이션 시장은 950억달러,온라인 광고 시장은 65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OS,소프트웨어 필요 없는 시대 올까

클라우드는 다양하고 복잡한 컴퓨팅 관련 작업들을 구름 속에서 처리하는 시스템이다. 개별 컴퓨터 단위에서 하드웨어는 기본이고 OS는 물론 심지어 소프트웨어까지 구름 속에서 처리한다.

기업들이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주목하는 이유는 '비용 절감'이다. 하루 평균 1만여명이 접속하는 게임 사이트의 경우 주말에 10만명이 넘는 인원이 접속하는 일이 생긴다. 과거에는 접속 폭주 등에 대비해 서버나 스토리지 등 IT 장비를 추가로 구매해야 했다. 이에 따른 장비 추가 구입 비용과 보관 비용 등도 막대했다.

하지만 클라우드 컴퓨팅을 이용하면 서비스 업체와의 계약을 통해 서버를 유동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 개인 사용자들도 평소 대용량 파일 등을 하드웨어에 저장해 쓰기엔 불편한 점이 많지만 클라우드를 이용하면 언제 어디서든 네트워크만 연결되면 꺼내 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일부에서는 이런 이유로 궁극적으로는 하드웨어,OS,소프트웨어가 필요 없는 컴퓨터시대가 올 것으로 예견하기도 한다. PC에 브라우저만 있으면 된다는 얘기다.

오카지마 유시 일본 관동대 교수는 "클라우드가 장점이 많지만 아직까지는 OS나 소프트웨어까지 남에게 맡겨놓는다는 것을 불안해하는 기업이 많다"며 "소프트웨어나 응용프로그램을 일정 정도 개인이나 기업 단위에서 소유하려는 경향이 완전히 사라지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