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이너서클'에서 '아웃사이더'로 인식돼왔던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이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대(對) 의회 관계나 오바마의 국정운영을 주도해왔던 람 이매뉴얼 비서실장이 사라진 상황에서 공화당이 중간선거를 통해 의회내 입지를 강화하자, 30여 년 간 의정생활을 통해 의회 내에서 당적을 초월한 폭넓은 인맥과 노하우를 쌓아온 '마당발' 바이든의 주가가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12일 뉴욕 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 8일 민주당 하원의원들이 백악관과 공화당 간 감세 연장안 합의에 반발하자 바이든 부통령은 의회의 한 지하 회의실에서 민주당 하원의원들을 만나 설득작업을 벌였다.

화가 난 앤서니 위너(뉴욕) 의원이 오바마 대통령은 지도자가 아니라 마치 '협상대표'처럼 행동하고 있다고 비난하자 듣고 있던 바이든 부통령이 발끈해 "내가 여기 서서 대통령에 대해 그렇게 얘기할 '빌어먹을' 방법은 없다"고 소리를 질렀다.

바이든 부통령은 감세 연장과 관련해 공화당과의 협상을 주도하고 반발하는 민주당 내 의원들에 대한 설득 작업에서도 이처럼 전면에 나서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을 뿐 아니라 처음부터 공화당과 협상을 하도록 오바마 대통령에게 촉구하는 등 사안의 처리절차를 주도하고 있다.

신문은 오바마 대통령의 첫 임기 절반은 이너 서클이 정국운영을 주도해왔지만, 바이든 부통령이 점차 중요하고 영향력 있는 역할을 맡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매뉴얼 비서실장이 떠난 가운데 국정 과제를 밀고 나가기 위해 의회 공화당과 협상해야 하는 상황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바이든 부통령을 점차 '다목적 특사(Multipurpose Emissary)'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하원의 다수당 지위를 차지해 '분점정부(Divided government)' 체제가 조성됐기 때문에 바이든 부통령은 백악관과 의회를 오가며 협상을 진행할 적임자로 부상한 상황이다.

바이든 부통령은 36년 간의 상원의원 생활을 통해 미 의회에 대한 노하우와 경험을 쌓아온데다 당적을 넘어 여.야 의원들과도 긴밀한 친분관계를 유지해왔다.

오히려 그가 그동안 오바마의 이너 서클에서 다소 밀려난 '아웃사이더'로 인식돼왔기 때문에 공화당은 그를 다른 정부 인사보다 덜 적대적으로 인식하고 있다.

존 포데스타 미국 진보센터 회장은 "바이든이 가진 가치 중 하나는 그가 일종의 아웃사이더라는 점"이라고 말했고 앤서니 위너 하원의원은 "바이든은 이매뉴얼이 가진 모든 것을 갖고 있지만 둘의 중요한 차이는 모든 사람이 바이든을 좋아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연합뉴스) 김지훈 특파원 hoon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