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 샌더스 의원, 텅빈 의사당서 연설..트위트의 인기인물로 부상

미국 상원의 버니 샌더스(무소속.버몬트) 의원이 고소득층을 포함한 감세연장안에 반대하면서 텅 빈 의사당에서 8시간37분에 걸쳐 연설을 진행했다.

올해 69세인 샌더스 의원은 10일(이하 현지시각) 오전 10시30분부터 연설을 시작해 한번도 쉬지 않고 물만 마시며 연설을 계속했다.

그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 지도부 사이에 이뤄진 감세 연장 타협은 우리가 성취할 최선이 아니다"라면서 해당 법안이 수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연설이 장시간에 걸쳐 진행되자 동료 의원들 대부분은 자리를 떴으며 그의 보좌관과 입법서기, 보안요원, 발코니의 방문객들만 남아 그의 연설을 경청했다.

오후가 되면서 체력이 소진된 샌더스 의원은 단상에 몸을 기댄 채 연설을 계속 이어갔다.

상원 의사당내 청중들은 거의 없었지만 의사당 밖에서는 그의 연설이 뜨거운 화제를 모았다.

트위트에서는 그의 연설이 핫이슈가 됐으며 이날 하루에만 4천명여명이 그의 팔로워로 등록했다.

특히 그의 연설을 온라인으로 시청하려는 사람들이 폭주하면서 상원의 비디오 서버가 다운됐고 샌더스 의원의 사무실에는 격려전화가 폭주했다.

8시간 반에 걸친 연설을 마치고 단상을 내려온 샌더스 의원은 자리에 털석 주저앉으면서 기자들에게 "지쳤다"는 말을 하고는 잠시 후 의사당을 빠져나갔다.

샌더스 의원은 감세연장 법안의 통과를 막기 위한 의사진행방해(필리버스터)를 위해 장시간 연설한 것이 아니라면서 자신은 오로지 감세연장 법안의 내용보다 더 나은 방안을 찾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한편 미 의회의 최장 필리버스터 기록은 스트롬 서먼드 상원의원이 1957년 민권법 통과를 반대하면서 24시간 18분에 걸쳐 연설한 것이다.

당시 서먼드 의원은 전화번호부를 읽어내려가면서 시간 끌기 전술을 펼쳤다.

이날 샌더스 의원은 감세연장의 부당성을 역설하는 내용으로 연설을 끌어가다 후반부에는 사회경제적 불평등의 문제 등으로 연설 주제를 확대하기는 했지만 서먼드처럼 엉뚱한 시간끌기 전술을 쓰지는 않았다.

(워싱턴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sh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