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이 결국 하나금융지주의 품에 안기게 됐다. 미국계 펀드인 론스타가 2003년 외환은행을 인수한 지 7년 만이다. 이에 따라 기존 '3강(우리 KB 신한)+1중(하나) 체제'였던 국내 종합금융그룹의 판도가 확실한 '4강 체제'로 바뀌게 됐다.

하나금융은 24일 이사회를 열어 외환은행 인수에 관한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라고 23일 밝혔다.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은 이사회를 주재한 뒤 곧바로 영국 런던으로 출국,존 그레이켄 론스타 회장과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할 예정이다. 하나금융은 이사회가 끝난 뒤 곧바로 정확한 인수가격 및 조건 등을 거래소에 공시할 계획이다.

◆인수가격 4조7000억원 안팎

하나금융은 론스타의 외환은행 지분 51.02%를 인수하면서 4조7000억원 안팎을 지불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9월 말 현재 장부가(주당 1만2750원)에 10%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한 수준이다. 수출입은행 역시 보유 지분 6.25%만큼을 같은 가격에 팔 수 있는 권리(tag-along option)를 갖고 있어 실제 인수비용은 5조1000억원이 훌쩍 넘어설 전망이다. 다만 하나금융 측은 인수회사가 국내 금융사인 만큼 수출입은행과 해당 지분 인수 문제를 추후 협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도 "호주 ANG은행과는 달리 하나금융은 국내 은행이라 상황이 좀 다른 것 같다"며 "향후 계약조건이나 주가흐름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본 뒤 천천히 결정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금융업계 판도 어떻게 달라지나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로 국내 금융업계 판도는 완전히 달라진다. 지난 9월 말 현재 하나금융의 총 자산은 200조원.우리금융(332조원),KB금융(330조원),신한금융(311조원) 등 3강과 100조원 이상의 격차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현재 116조원 규모의 외환은행을 인수할 경우 총자산이 316조원을 기록,신한금융을 넘어 세 번째로 큰 종합금융그룹으로 발돋움하게 된다. 확실한 4강 체제가 형성되는 셈이다. 4대 금융그룹의 총자산은 불과 21조원 차이다. 하기에 따라선 1~2년 안에 얼마든지 순위가 뒤집힐 수도 있다.

한 금융계 관계자는 "우리금융 민영화 여부에 따라 판도가 다시 바뀔 수 있겠지만 금융 당국이 기존 국내 금융그룹과의 합병을 통한 '메가 뱅크' 탄생에는 부정적인 입장이어서 당분간 4강 체제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규모가 비슷한 만큼 4개 금융그룹이 팽팽한 경쟁 체제를 유지하면서 국내 금융산업을 이끌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덩치 커진 4강 치열한 경쟁 예고

국내 금융업계가 4강 체제로 전환됨에 따라 이들 금융사 간 영역 다툼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특히 외환은행은 현대차그룹 등 주거래 대기업이 적지 않다. 소매금융의 강자로 자리매김했던 하나금융이 기업금융 분야에서 강점을 보인 외환은행의 영업망을 통해 적극적인 세일즈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하나금융은 그동안 인수 · 합병 등의 이슈가 있어 공격적인 영업을 자제해온 측면이 있다"며 "외환은행 인수가 마무리되고 조직이 정비된 이후 본격적인 영업 확장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4대 금융그룹은 카드부문을 둘러싸고도 치열한 경쟁을 전개할 전망이다. 하나금융은 외환은행을 인수하더라도 당장 하나은행과 합병하지는 않을 방침이다. 다만 2004년 외환은행에 흡수된 외환카드는 다시 분리,지주사 내 카드전업사인 하나SK카드와 합병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현재 외환은행의 카드사업 부문 매출은 3분기 말까지 하나SK카드(13조9810억원)와 비슷한 12조3927억원을 기록했다. 하나SK카드와 외환카드를 합치면 상당한 파괴력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KB금융도 내년 초 카드사를 분사할 예정이어서 4대 금융그룹은 카드 부문을 둘러싼 한판 경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