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조지아주 애틀랜타 외곽의 중상류층 거주지역인 록데일 카운티에서 해괴한 일이 벌어졌다. 모든 주민이 가족처럼 친한 이곳 공동체의 어린 10대들이 매독 등 성병에 걸려 보건소를 찾아오기 시작한 것이다. 조사 결과 학생들 중 일부는 수십 명의 상대와 성관계를 맺었다. 열네 살짜리가 최대 50명과 성관계를 맺기도 했고,한 소녀는 30~40명의 10대가 참석한 파티에서 거기 있는 모든 소년과 섹스를 하겠다고 나섰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처음에 사람들은 조직과 감독이 느슨한 환경에서 청소년들이 딱히 할 일이 별로 없는 상황을 따분하게 여긴 결과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성병은 다른 네트워크 과정 때문에 발생했다. 10대들 사이에 정상적인 섹스는 물론 다수의 파트너를 포함한 특정 종류의 섹스를 할 수 있다는 규범이 널리 퍼졌던 것이다.

성병 전염의 뿌리에 해당하는 진짜 전염병은 '태도의 전염'이었으며 매독은 문제의 본질이 아니라 문제의 한 증상에 불과했다. 따라서 매독 진단을 받은 10명을 포함해 10대 청소년 99명을 면담해 이들과 성적으로 연결된 사람들의 네크워크를 재구성한 결과 연결망의 중심에는 대부분 16세 미만의 백인 소녀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러나 그 네트워크는 1년 뒤 더 작은 다수의 네트워크로 쪼개졌다. 지역사회가 이 같은 사실을 토대로 문제 해결에 나선 결과였다. 대부분의 청소년이 여전히 성관계를 맺고는 있지만 전체 집단이 상호연결돼 있지 않아서 성병의 확산 가능성은 줄어든 것이다.

《행복은 전염된다》는 이처럼 사회적 연결망이 어떻게 생기고 이 연결망이 개인의 생활과 건강에서부터 정서,정치,종교,문화,심지어 성적 취향에 이르기까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과학적 연구 결과를 토대로 증명한다.

저자는 의사이자 사회학자인 니컬러스 크리스태키스 하버드대 교수와 정치학자인 제임스 파울러 캘리포니아대 교수.이들은 사회적 연결망이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1971년부터 2003년까지 1만2067명을 추적 연구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사람들은 광대한 사회적 네트워크를 통해 서로 연결돼 있었고 행복 · 불안 등의 감정과 건강,정치 성향 등 참으로 많은 것들이 사람들 사이에 '전염'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부부 · 친구 등 양자(兩者)관계부터 연구하기 시작해 발전소 송전 네트워크를 연구하는 공학자,신경망을 연구하는 신경과학자,유전자의 네트워크를 연구하는 유전학자,거의 모든 분야의 네트워크를 연구하는 물리학자들의 연구 성과까지 참고했다. 연구 대상 네트워크의 규모는 수천명에서 300만명까지 다양했다.

연구 결과 이들은 사회적 관계망이 형성 · 작용하는 기본틀인 '3단계 영향 법칙'을 제시했다. 사람들은 3단계의 거리 안에 있는 사람들,즉 친구(1단계),친구의 친구(2단계),친구의 친구의 친구(3단계)에게서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친구가 행복할 경우 당사자가 행복할 확률은 약 15% 더 높아졌다. 또 '친구의 친구'가 행복하면 당사자가 행복할 가능성은 10% 늘었고 '친구의 친구의 친구'가 행복하면 그 확률이 6% 높아졌다. 그러나 4단계의 거리에 있는 사람에게서는 이런 확산 효과가 거의 없었다.

비만이나 금연도 마찬가지였다. 평균적으로 비만인 사람의 3단계 거리 안에 있는 사람들은 비만인 경우가 많았다. 또 '친구의 친구의 친구'가 금연할 경우 당사자가 금연할 확률이 높아졌다. '그 사람을 모르면 그의 친구를 보라(不知其人視其友)'는 옛 말씀이 과학적으로 증명된 셈이다.

저자들은 "행복한 친구가 한 명 추가될 때마다 그 사람이 행복해질 확률은 9%씩 증가하는 반면 불행한 친구가 한 명 추가될 때마다 행복해질 확률은 7%씩 감소한다는 결과도 얻었다"며 "새로 만날 사람과 친구가 될 경우 기댓값을 따지면 행복해질 가능성이 약간 더 높다"고 설명한다.

1992년 미국인 343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8%는 아는 사람의 소개로 배우자나 애인을 만난 반면 '자기 소개'를 통해 만난 사람은 32%에 불과했다. 하룻밤 사랑을 위한 섹스 파트너조차 53%는 누군가의 소개로 만났다고 했다.

저자들은 수많은 사례 연구를 통해 사람의 행동을 지배하는 소셜 네트워크의 특성과 규칙,개인과 네트워크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과정을 밝혀낸다. 그러면서 삶과 죽음,부자와 빈자,정의와 불의 같은 관심사에 대한 책임이 개인에 있느냐,사회에 있느냐는 논쟁에 세 번째 요소를 보탠다. 사람과 사람의 연결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사람들의 상호연결은 자연적이고 필연적인 일일 뿐만 아니라 선을 위한 힘이라고 주장한다. 하나의 뉴런으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들을 뇌가 해내는 것처럼 한 개인이 할 수 없는 일을 소셜 네트워크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