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변한 한국은 신흥국의 모범 사례로 일컬어진다. 그러나 근로시간과 이혼율,자살률은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이며 출산율은 가장 낮다. 국민들이 만성화된 공포에 시달리며 생존을 위협받고 있는 국가인 셈이다.

《불안증폭사회》는 한국인의 병든 마음은 개인 탓이 아니라 사회적 요인이 70% 이상이라고 보고 사회 불안의 실체와 사람들이 불안 요인에 왜 취약한지를 파헤치는 심리학 보고서다. 저자는 한국의 사회문제들을 9가지 심리 분석 코드로 설명한다. 이기심 · 고독 · 무력감 · 의존심 · 억압 · 자기혐오 · 쾌락 · 도피 · 분노가 그것이다. 분노를 참지 못하는 냄비근성은 범죄율을 가파르게 상승시켰고 무위도식과 한탕주의는 쾌락의 성문화를 키웠다.

'나 혼자 미친 세상을 바꿀 수 없다'는 무력감과 '중국과 미국 등에 의지하려는' 주류 세력의 의존심,명품을 분에 넘치도록 소비하는 일종의 자기혐오는 생존을 위협하는 현 상황을 바꾸기 위해 한국인 스스로 일어날 의지마저 박탈한다고 주장한다. 한마디로 한국인들은 파편화된 개인으로 고립 상황에 빠져 있다는 얘기다.

저자는 해결책으로 개개인이 사람답게 사는 길을 함께 고민하도록 건강한 공동체를 재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모두가 합심해 사회의 스트레스와 악영향을 이겨낼 때 우리 사회는 역주행을 멈추고 제자리로 돌아올 것이라는 얘기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