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오산의 A초등학교는 올해 들어 벌써 여섯 번째 기간제 교사를 채용했다.

병가와 출산, 육아로 여성 교원들이 휴직하면서 공백이 생겼지만, 휴직기간이 1년 미만이어서 정규 교사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 학교 교장은 "학생지도의 책임성과 수업의 연속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지만, 교원의 복지와 출산장려 정책과 맞물려 있어 드러내놓고 불만을 표출하는 학부모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학년 중에 담임이 바뀌면 아이들의 생활태도가 달라는 게 눈에 보인다"며 "학습이나 생활지도 면에서 걱정스러운 부분이 많다"고 했다.

이런 사정은 중고교에서 더 심각하다.

30학급이 넘는 수원 A중의 경우 기간제 교사 10명(정원외 3명 포함)이 정규 교사의 공백을 메우고 있다.

기간제 교사가 한때 12명까지 늘어난 적도 있다.

학교마다 기간제 교사 채용이 늘면서 2학기가 되면 품귀 현상까지 보이고 있다.

일부 초등학교는 중등 교원자격증 소지자를 채용하는가 하면 교원 자격증이 없는 전문강사를 단기 채용하는 곳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도 초중고에서 정규 교사의 공백을 메우는 기간제 교사가 갈수록 늘고 있어 수업의 질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중등의 경우 교원 정원이 동결되면서 기간제 교사 비중이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중고교 10명 중 1명꼴 기간제"

17일 경기도교육청이 도의회에 제출한 행정사무감사 자료에 따르면 경기도내 비정규직(기간제.시간제) 교사는 2008년 7천259명(초등 1천565명, 중등 5천694명)에서 2009년 9천50명(초등 1천610명, 중등 7천440명)으로 1천791명이 늘어났다.

올해도 이미 8월말까지 7천315명(초등 1천823명, 중등 5천492명)을 채용했다.

2008년과 2009년 수치가 채용 연인원을 단순 합산한 것이고 2010년 수치는 2회 이상 채용하면 1명으로 계산한 것이어서 실제 증가 추세는 더 가파르다.

특히 중등교원의 경우 법정정원이 4만4천480명이나 76.7% 3만4천90명만 확보돼 1천800명(특수교사 제외)을 정원외 기간제로 충원했다.

내년에는 교과부가 '교원정원령 시행규칙'을 제정하면서 '지역군별 보정지수'를 부여하면 65명만 증원할 수 있어 교사 부족은 더욱 심해진다.

내년 25개 중고교 개교에 따라 1천명을 추가로 확보하면 정원외 기간제만 3천명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도교육청은 예측했다.

이럴 경우 중고교 교사 10명 중 줄잡아 1명은 기간제인 셈이 된다.

아울러 사립 초중고도 전체 교원 9천797명 중 7.1% 700명이 기간제 교사이다.

의정부 모 고교의 경우 54명 중 42.5% 23명을 기간제로 운영하다 최근 14명을 정규교사로 충원하기로 하고 채용 절차를 진행 중이다.

사립 교원 인건비를 교육청이 보조하는 점을 들어 일부에서는 사학법인의 기간제 채용 의도에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학급당 학생수 늘어날 가능성"

무분별한 기간제 채용으로 교육 서비스 질 저하가 우려되면서 휴직을 제외한 학교.학생 증가분만이라도 정규교사로 충원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경기도의회 최창의 교육의원은 "처우 등 여건상 책임 있고 소신 있는 교육을 어렵게 하고 연수와 자기개발에도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며 "결국 수요자인 학생에게 피해가 돌아간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은 전반적인 교육 여건을 퇴보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학급당 학생수를 낮추는 것이 교육여건 개선 차원에서 당연한 논리이지만, 현실적인 측면에서 학급당 학생수를 늘리는 방안도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수원연합뉴스) 김경태 기자 kt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