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제 선진국인 일본의 정 · 관 · 재계 인사들이 한국의 지자체 혁신 사례를 배우겠다니 자부심을 느낍니다. 이런 게 바로 지식 수출이 아닐까요. "

일본 지자체와 대학으로부터 한국의 지방자치제에 대한 강연 요청을 받은 장만기 인간개발연구원 회장(73 · 사진)은 출국을 앞둔 16일 이같이 소감을 밝혔다. 올해로 16년째 '21세기 장성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는 장 회장은 17일부터 21일까지 일본 도쿄 롯폰기 국제문화회관과 다마대,아오모리현에서 '장성 아카데미의 성공사례'를 세 차례에 걸쳐 소개한다.

전남 장성군은 16년 전만 해도 평범한 군에 불과했다. 지금은 삼성 · LG 등의 60여개 협력사가 들어와 산업단지를 이뤘다. 행정서비스가 좋아지고 투자여건이 개선되면서 기업들이 몰려든 것.장성군은 도서관 짓기와 홍길동 생가 복원 같은 문화운동 바람을 주도하며 지자체 혁신의 메카가 됐다.

이 같은 변화의 태동은 1995년 여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첫 민선 단체장에 당선된 고(故) 김흥식 군수는 장 회장에게 밤새워 고민을 털어놓으며 도움을 요청했다. 김 군수는 임명제 군수시절 쌓인 각종 문제들을 풀어나갈 묘안을 찾고 있었던 것.김 군수는 김황식 국무총리의 친형으로 지난해 타계했다.

장 회장은 교육으로 사람들의 생각을 바꿔보자고 제안,같은 해 9월15일부터 인구 5만명에 불과한 장성군에서 외부인사를 초청해 강연을 듣고 토론하는'장성 아카데미'가 시작됐다. 매주 금요일이면 군청 회의실이 공무원과 군민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700여회에 걸쳐 진행된 아카데미에는 모두 40여만명이 참가,혁신을 이끄는 원동력이 됐다. 김 군수 재임 10여년 동안 장성군은 정부가 모범 지자체에 주는 상을 휩쓸다시피 했다. 상금만 105억원.이 돈을 모두 교육에 쏟아부었다. 이후 장성군을 벤치마킹한 지자체 강좌가 180여개나 생겼다. 인간개발연구원은 요즘도 지자체 100여곳에서 아카데미를 운영 중이다.

장 회장은 "일본은 '잃어버린 10년'을 되찾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며 "일본에서는 요즘 장성군 같은 모범 사례를 통해 한국을 배우려는 바람이 불고 있다"고 전했다.

장 회장은 인간개발연구원 설립자다. 1975년 2월5일부터 36년째 한 차례도 빠짐없이 매주 목요일 오전 7시 인간개발경영자연구회를 진행하고 있다. 1980년 신군부의 서슬이 퍼렇던 12 · 12 사태 바로 다음 날에도 모임을 열었다. 지금까지 강연을 들은 기업인은 30여만명.이명박 대통령과 고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 등 각계 명사들이 강연했다. 한국경제신문과 함께 진행한 1669회 모임에선 이재오 특임장관이 마이크를 잡았다.

장 회장은 "지식정보화 사회 이후에는 지혜와 영성의 시대가 올 것"이라며 "지금은 IT(정보기술) BT(바이오기술) NT(나노기술)가 세계 경제의 중심이 되고 있지만 앞으로는 PT(인간기술 · people technology)를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에 따라 국가의 운명이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