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200원대서 매수, 매수차익잔액 2조 넘자 기다렸다는 듯 '매도버튼'
11일 옵션 만기를 통한 '증시 테러'는 단일 외국계 헤지펀드가 주도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미국 소재의 유명 헤지펀드인 르네상스테크놀로지스가 용의자로 거론되고 있다.

◆도이치 창구 매물 2조원 웃돌아

전날 증시를 충격에 빠뜨린 매물은 대부분 프로그램 매수차익거래를 통해서였다. 매수차익거래는 코스피200지수 선물이 고평가되면 비싼 선물을 팔고 값싼 현물을 사서 무위험 수익을 추구한다.

헤지펀드는 전날 동시호가에 도이치 창구로만 2조3000억원 규모의 매물을 한꺼번에 털어냈다. 이 가운데 2조원가량을 매수차익거래로 팔았다. 사건 발생 직후 1조6000억원 규모로 파악됐던 것에 비해 7000억원가량 더 판 것이다. 주로 도이치 창구를 통해서 팔았지만 국내 H증권 S증권 등 4곳에서도 적지 않은 매물이 나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국내 증시 폭락을 불러온 헤지펀드는 지난 6월 중순 동시만기 직후 도이치증권을 통해 매수차익거래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순매수차익 잔액은 6월 400억원대,7월 2000억원대에 불과했지만 8월 만기에는 1조원대로 급속도로 불어났다. 10월 만기에는 약 1조5000억원까지 규모가 커졌지만 청산하지 않으면서 이달에는 2조원을 넘어섰다. 전날 헤지펀드는 2조원대의 매수차익 잔액을 한꺼번에 청산한 것이다.

◆아무도 예상못한 투기거래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누구도 이달 옵션 만기의 참사를 예상하지 못했다. 외국인의 매수차익 잔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났지만 갑작스럽게 청산하면 손실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굳이 설명하자면 헤지펀드의 무리한 청산 이유를 환율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해당 헤지펀드가 매수차익거래를 누적하기 시작한 6월 중순 원 · 달러 환율은 1220원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1100원대로 떨어져 환차익으로 10% 수익을 냈고,코스피지수도 15%가량 상승해 수익이 난 상태였다.

이종성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당시 외국인은 선물 순매도 규모를 더 늘리고 있었기 때문에 프로그램 차익 거래로 집계된 2조원의 매물은 현 · 선물 차익거래로 볼 수 없고,지수를 떨어뜨려 이익을 취할 목적으로 한 투기적 거래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