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태블릿PC 출시를 포기한 LG전자,반쪽 서비스만 하는 엔스퍼트,아이스테이션…."

태블릿PC 시장 대응과 관련해 혼란을 겪고 있는 국내 제조사들의 모습이다. 제품 출시를 잇따라 연기하고 이미 시장에 내놓은 제품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운영체제(OS) 파트너로 의지해온 구글이 태블릿 시장과 관련해 전략 혼선을 겪자 국내 제조사들도 덩달아 혼란에 빠져 있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LG전자는 4분기 출시 예정이던 태블릿 출시 시기를 내년 3월 이후로 연기하기로 했다. LG전자 관계자는 "태블릿에 맞는 구글 OS가 나올 내년 초로 개발 일정을 미루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안드로이드 2.2(프로요) OS는 5인치 이하 모바일 기기에 최적화된 OS여서 화면이 더 큰 태블릿 PC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게 LG 측 설명이다. LG는 안드로이드 3.5(허니컴) 버전이 나오는 내년 3월에 맞춰 첫 태블릿을 내놓을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LG의 이 같은 선택에 우려를 나타낸다. 전략적 파트너였던 마이크로소프트의 스마트폰 OS가 나오길 기다리다가 시장 대응 시기를 놓친 것처럼 이번에도 구글의 OS 전략에만 의존하는 게 위험할 수 있다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온다. 지난 4월 아이패드를 내놓은 애플은 80일 만에 300만대 이상의 제품을 판매하며 태블릿 시장을 확고히 선점했기 때문이다.

국내 중소 개발사들은 '타도 애플'을 위해 과감하게 제품을 먼저 내놓았지만 구글의 지원을 받지 못해 서비스에 차질을 빚고 있다. 모바일기기 개발업체인 엔스퍼트와 아이스테이션은 '아이덴티탭''버디' 등의 안드로이드 기반 태블릿을 선보였으나 정작 응용프로그램(앱 · 애플리케이션)을 구매하는 안드로이드 마켓을 지원하지 못하고 있다. 구글이 해당 기기가 자사 서비스에 적합하다는 인증을 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혼란의 배경으로 구글의 복잡한 OS 전략을 꼽는다. 구글은 기존 안드로이드 OS와는 별도로 연내 크롬이란 새 OS까지 선보일 예정이다. 이 제품은 PC,노트북에 맞춰 개발했다. 업계 관계자는 "안드로이드의 여러 버전 중 어떤 게 적합한지도 혼란스러운데 크롬OS까지 나오게 되면 시장 혼란은 더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