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저평가 우량주에 대한 투자자들의 갈증이 커지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1900선까지 오르면서 지금까지 급등한 종목보다는 앞으로 상승 가능성이 높은 종목을 골라내는 게 투자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기업가치(EV)를 이자 · 법인세 · 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EBITDA)으로 나눈 'EV/EBITDA'가 저평가 종목을 가려내는 도구로 새삼 각광받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이 지난 15일 남양유업의 EV/EBITDA가 상장사 중 최저라고 보도하자 곧바로 상한가로 치솟아 2년 신고가를 기록한 것이 단적인 예다.

◆현금 많고 주가 저평가될수록 낮아

저평가株의 재발견…광주신세계·CJ인터넷 '주목'
EV/EBITDA가 낮아 저평가됐다고 판단되는 종목으로 유가증권시장에서 남양유업(0.9배) 광주신세계(2.0배) 한국제지(2.5배) 넥센타이어(2.6배) 등과 코스닥에서 CJ인터넷(1.4배) 텔레칩스(1.9배) 하나마이크론(2.0배) 등이 꼽힌다.

이들 종목의 특징은 현금성 자산이 많다는 점이다. 남양유업은 올 6월 말 현재 3623억원을 보유,시가총액의 78%에 달한다. 광주신세계(1600억원) 텔레칩스(550억원)는 현금성 자산이 시총의 50%를 웃돈다.

이상구 현대증권 연구원은 "이들 기업은 영업실적이 안정적인 반면 투자나 배당은 상대적으로 적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재무 리스크가 없는 만큼 투자 매력이 높다"고 분석했다.

일시 요인에 따른 주가 하락으로 EV/EBITDA가 낮아진 종목도 주목할 만하다. 최경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CJ인터넷은 자회사 매각 과정에서 생긴 일회성 손실로 주가가 부진해 EV/EBITDA도 내려갔지만 영업이익은 탄탄해 향후 주가 상승 여지가 크다"고 설명했다.

◆향후 전망과 함께 적용해야

대형주 가운데 EV/EBITDA가 낮은 하이닉스LG디스플레이 등 정보기술(IT)주는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과도한 만큼 매수에 나서볼 만하다는 분석이다. 서원석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은 "하이닉스는 D램 가격 하락 우려가 주가에 반영되면서 EV/EBITDA가 낮아졌다"며 "3분기에도 1조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돼 주가가 빠르게 회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강정원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액정표시장치(LCD) 가격 하락세는 이달 중 안정될 것"이라며 "LG디스플레이의 비중 확대를 추천할 만하다"고 말했다.

EV/EBITDA로 저평가 여부를 판단할 때는 해당 종목의 사업 전망도 중요하다. 영업이익은 좋아도 향후 전망이 나빠 주가가 할인됐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사업 전망이 어두울 경우 낮은 EV/EBITDA가 주가 저평가를 의미하지 않을 수도 있다. 양종인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LG유플러스의 올해와 내년 영업실적은 큰 문제가 없지만 3세대(3G) 네트워크를 보유하지 않은 데 따른 우려가 주가에 반영돼 있다"며 "이 같은 할인 요인을 감안하면 주가가 저평가됐다고 판단하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PER보다 주가 저평가 판단에 적합

전문가들은 영업이익이 중심이 되는 EV/EBITDA가 당기순이익을 기준으로 산출되는 주가수익비율(PER)보다 기업 가치를 정확히 반영한다고 본다. 이정조 리스크컨설팅코리아 대표는 "PER은 유가증권 손실이나 부동산 매각,환율 변동 등 일시적 손익에 영향받아 기업가치를 판단하는 데 문제가 있다"며 "지속 가능한 손익인 영업이익과 기업가치의 본질인 현금흐름 등을 기초로 한다는 점에서 EV/EBITDA를 주의 깊게 살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동양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업종별로는 설비투자와 감가상각비가 큰 제조업에서 EV/EBITDA가 중요하지만 금융업에선 의미가 줄어든다"고 지적했다. 서영수 키움증권 수석연구원도 "은행은 감가상각비가 크지 않은 데다 현금유동성이 사실상 무한대여서 EV/EBITDA로 주가의 저평가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고 조언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 EV/EBITDA

EV(enterprise value · 기업가치)를 EBITDA(earning before interest and tax,depreciation,amortization:이자 · 법인세 · 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로 나눈 수치다. EV는 시가총액에 순차입금(차입금-현금성자산)을 더해 구한다. 인수 · 합병(M&A) 시 기업 가치 측정 도구로 개발,주가수익비율(PER)을 보완하는 지표로 각광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