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심장' 모스크바] 황제의 恨 서린 크렘린…2차대전 아픔 간직한 붉은 광장…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는 '과녁의 도시'라고도 불린다. 공중에서 내려다본 도시 모습을 표현한 말이다. 모스크바에는 목조방어벽을 철거한 자리를 따라 만든 사도보예 순환도로 등 4개의 큰 순환도로가 도시를 빙 둘러 나 있다. 이 순환도로와 방사상 길로 형성된 도심 간선도로망이 사격표지판을 보는 듯하다는 것이다. 모스크바강과 네글린나야강이 합류하는 지점인 정중앙의 보로비츠키 언덕에 크렘린이 있다.

크렘린은 러시아의 역사가 시작된 곳이다. 1147년 유리 돌고루키 공이 요새를 구축하면서 역사의 전면에 등장했다. 크렘린은 정치적 상징성이 크지만 원래 '성벽''성채'를 뜻하는 말이다. 러시아 내 여러 개의 크렘린 중 가장 유명한 게 모스크바 크렘린이다.

경복궁보다 작고 덕수궁보다 큰 크렘린은 삼각형 모양의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높이 9~20m,두께 4~6m,길이 2.2㎞의 성벽에는 20개의 군사용 망루가 있다. 관광객이 드나드는 통로인 트로츠카야탑이 80m로 가장 높다. 위에서 보면 삼각형 모양이어서 삼위일체탑이라고 한다. 1812년 나폴레옹 군대가 진입했다 퇴각한 문이기도 하다.

크렘린의 유일한 현대식 건물인 궁전극장 맞은편에 궁전 병기고가 있다. 나폴레옹군이 퇴각하면서 놓고 간 대포와 러시아 대포가 병기고 앞에 전시돼 있다.

사원광장에 황금빛 돔 사원이 여럿 모여 있다. 이반대제종루는 81m로 크렘린에서 가장 높다. 모스크바에서 이보다 높은 건물은 지을 수 없다고 한다. 외적을 감시하는 군사 목적으로도 사용했다. 21개의 종이 있다. 제일 무거운 종은 64t이나 된다고 한다.

우스펜스키사원(성모승천사원)은 크렘린에서 가장 오래된 사원.정치적으로 아주 중요한 곳이다. 황제의 대관식과 결혼식을 비롯한 국가 공식행사 때만 사용됐다. 나폴레옹군이 후퇴할 때 빼앗은 금 300㎏과 은 5t으로 장식한 돔이 화려하다. 대천사사원은 역대 황제와 주교들이 매장된 곳이다. 48개의 관이 놓여 있다. 15세기 안드레이 루블료프의 이콘 작품인 '대천사(아르한겔) 미하일'이 볼 만하다. 성모수태고지사원이 아름답다. 황제 가족의 개인 예배당이다. 요한 묵시록을 주제로 한 프레스코화가 유명하다.

'황제의 종'은 세상에서 가장 큰 종.무게가 200t인데 주조 중에 난 불을 끄느라 찬물을 부어 종의 일부가 깨져나갔다고 한다. 12t이나 되는 깨진 조각을 만지면 행운이 온다는 말이 전한다. 20m 떨어진 곳에 있는 황제의 대포도 40t이나 나가는 괴물이다. 포격은 불가능한 장식용 대포라고 한다.

황제의 대포 맞은편에 노란색 대통령 집무실이 보인다. 레닌이 죽기까지 사용했다는 갈색문이 나 있다. 1시 방향에 레닌,고르바초프 등이 산책했던 공원이 있다.

2차대전 때 숨진 무명용사의 무덤을 지나면 붉은 광장이 보인다. 크렘린과 함께 러시아 역사를 지켜온 러시아 최대 광장이다. 17세기부터 '아름다운 광장'이란 의미의 '크라스나야'라고 했는데 현대 러시아어로는 '붉은 것'을 의미해 붉은 광장이라고 한다.

모스크바국립대의 기초가 됐던 국립역사박물관 맞은편의 성 바실리사원이 돋보인다. 팔각탑을 중심으로 양파 모양의 돔을 인 8개의 탑이 둘러선 형태다. 각각의 돔은 불규칙하게 솟아 있지만 전체가 어울려 질서정연한 게 아름다워 보인다.
광장 중간에 레닌묘가 있다. 정장 차림의 레닌 유해가 유리상자에 안치돼 있다. 레닌묘는 원래 목조였다. 레닌 사망 6년 뒤 현재의 암적색 화강암으로 다시 지었다. 개방 시간을 따로 두고 삼엄한 경비를 펼친다. 레닌묘의 관람 동선은 러시아의 유명인사,무명용사 및 노동자들의 무덤이 있는 뒤쪽 벽길로 이어진다.

아르바트 거리를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서울 명동과 비슷한 보행자 전용거리다. 입구에서 외무부 건물까지 2㎞ 정도의 아르바트 거리는 늘 활력이 넘친다. 여기저기에서 즉석 공연이 이어지고,초상화가들의 손놀림도 재빠르다. 페레스트로이카의 물결이 가장 먼저 인 곳이며,개혁 개방의 바람을 주도했던 젊음의 거리다. 고려인 3세 로커 빅토르 최의 성전도 남아 있다.

모스크바=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

여행TIP

모스크바는 모스크바강 유역에 자리해 있다. 면적은 1100㎢.서울의 1.8배다. 인구는 1200만명.루블화를 쓴다. 1루블은 40원 안팎이다. 220v 전기를 사용한다. 한국보다 6시간 늦다. 대한항공과 아에로플로트가 모스크바 직항편을 운항한다.

비행 시간은 8시간30분.입국비자가 필요하다. 발급에 1주일가량 걸리는 1개월짜리 관광비자는 10만원이 조금 더 든다. 비자발급을 대행해주는 여행사 수수료에 따라 차이가 난다. 출입국시 세관통관 시간이 길다. 시내 교통체증도 심한 편이다.

숙소로는 롯데호텔모스크바가 단연 돋보인다. 모스크바 중심가인 누브이(뉴) 아르바트 거리에 있다. 붉은 광장과 크렘린궁,볼쇼이극장이 가깝다. 롯데호텔의 첫 해외체인 호텔로 6성급이다. 지난달 13일 전면 개관했다. 롯데백화점도 붙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