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HR Forum 2010] "직원들에게 돈보다 質 높은 삶 제공해야 미래의 성공 기업"
알제리 출신의 프랑스 석학 자크 아탈리(67)는 프랑수아 미테랑 전 프랑스 대통령 보좌관과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초대 총재를 맡았던 경제학자다. 그가 세계적인 지성으로 부각된 것은 역사와 문화,종교,공학,경제,정치를 아우르는 폭넓은 지식과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다가올 우리 사회의 변화를 예리하게 분석했기 때문이다. 1980년부터 국제사회의 권력 이동과 공산주의의 약화,테러리즘 위협 증가,기후 변동,금융 거품 등을 정확하게 예측한 그는 끊임없는 저술 활동을 통해 국제 정세와 미래 변화를 읽어내고 있다. 그가 '미래학자'로도 불리는 이유다.

한국경제신문이 오는 26~28일 서울 쉐라톤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개최하는 '글로벌 인재포럼 2010'에 참석할 예정인 아탈리를 이메일을 통해 만나봤다.

▼향후 10년 이내에 가장 우선적으로 대두될 글로벌 이슈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단연 '기후변화'를 꼽겠다. 전 인류에 엄청난 도전이 될 것이다. '가난'은 여전히 고통스러운 전염병으로 남아 그것을 극복하는 것이 과거 어느 때보다 위급한 과제가 될 게 분명하다. 여전히 여러 지역에서 목격되는 유감스러운 '여성'의 지위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선진국에서는 '공공부채'가 중대한 문제가 될 것이다. 재정적자와 공공부채를 해결하지 못하면 전 세계 경제질서가 붕괴될 수도 있다. 국가 부도와 같은 실패 가능성이 있다. "

▼《살아남기 위하여》라는 책에서 시장에 대한 불확실성과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기업과 개인의 스트레스가 전례 없는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이를 완화시킬 방법은 없는가.

"유일한 답은 '보장'과 '안정성'이다. 기업들이 주위에 있는 모든 구성원들과의 유대를 더욱 긴밀하게 강화함으로써 불확실성과 변동성,공포를 이겨야 한다. 특히 직원들이 주어진 압박에서 벗어나 창의력을 발휘하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기업이 직원 및 소비자들과 공감하면서 장기적인 안목에서 스스로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계획을 짜는 데 신경을 써야 한다. "

▼글로벌 기업들이 유능한 인재를 데려오고 유지하는 데 많은 돈을 쓰고 있지만 갈수록 인재 확보는 어려워지고 있다. 인재경영 전략의 핵심은 무엇인가.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려면 '돈'이라는 경제적 보상이 유일한 잣대가 아님을 깨달아야 한다. 개인에게는 오히려 '커리어 관리'가 예전보다 훨씬 중요해졌다. 앞으로는 직원들에게 질 높은 삶을 제공하는 기업들만이 성공할 것이다. 하루 8시간,혹은 12시간이라는 특정한 시간 동안 직원들을 사무실에 묶어놓는 시대는 지났다. 구글이나 애플,마이크로소프트(MS) 같은 혁신적인 기업의 직원들은 고액 연봉을 받지만 동시에 일 이외 주변의 삶도 누리면서 직장과 더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직원들의 만족감과 혁신이야말로 기업의 성공 열쇠다. 생존을 위한 직업이 아니라 삶의 일부분으로 느끼도록 바꿔줘야 한다. "

▼재능 있는 미래 인재란 어떤 사람들인가.

"진부한 것 같지만 역시 '독창성'이다. 세계화는 우리 모두가 똑같이 먹고 마시고 생각하는 것처럼 느끼도록 만들었지만,이럴수록 창조적이고 '원본'인 사람들이 필요하다. 그들이 새로운 아이디어와 사고방식,차이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열정과 집중력,창조력,인간애 등이 우수한 인재의 기준이 될 것이다. "

▼당신은 미래 사회를 제시하기 위해 과거와 현재의 흐름을 다각적으로 바라본다는 평가를 받는다. 경제학자로서 금융위기가 끝나가고 있다고 보는가.

"많은 경제학자들이 반복적으로 세계 경제가 'U자형' 회복을 보일 것이라고 말하는데,지나치게 낙관주의로 쏠리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물론 은행이나 기업의 자기자본이나 민간 투자,주식시장 사정은 나아졌다. 그러나 미국만 놓고 보더라도 경제활동인구의 9.5%에 달하는 실업률,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는 저조한 소비를 감안하면 회복 초기의 지표들이 다소 환각을 만든 것일 수 있다. 제대로 통계에 잡히지 않은 실업자까지 포함하면 실업률은 실제로 거의 두 배(19%)에 달할 수 있다. 다섯 가구 중 한 가구는 여전히 소득보다 지출이 많고,3분의 1은 '회전 대출'의 영향권에 있다.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이 1.5%로 전망되는데 고용을 전혀 창출하지 못한 셈이다. 소비자 부채는 여전히 11조달러에 달한다. 미 국내총생산(GDP)의 70%가 가계 소비인 점을 감안하면 심각한 수치가 아니라고 할 수 없다. 무엇보다 부동산 가격이 앞으로 계속 떨어진다면 분명히 '더블 딥(일시적 경기회복 후 재침체)'에 대한 공포가 되살아날 수 있다. "

▼미 달러의 약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최근 일본 정부가 사상 유례없는 엔화 가치의 고공행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어떻게 보는가.

"불행하지만 필연적인 상황이다. 1990년대 '뒤늦은' 정책 결정으로 고통을 경험했던 일본으로서는 외환시장 개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지나치게 통화가치가 오르면 경제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데,어느 정부건 경제성장은 최우선 과제다. 일본은 더 이상 엔화를 시장에만 맡기지 않겠다는 의도를 표출한 것이다. 유동성 과잉 문제를 안고 있는 중국 및 아시아 국가들과 미국이 통화 전쟁으로 가고 있다는 의미다. 보호주의 경제정책에 대한 유혹도 커질 것이다. 더 늦기 전에 새로운 국제 금융 · 통화기구와 제도를 하루빨리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