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연구·기술 통해 식량난 해결·난치병 치료 등을 실현하는 학문
[미래를 이끌 이공계 학과 2010] 이공계 유망학과 <16>- 생명공학과
코끼리만한 돼지,인삼 성분이 들어있는 바나나,줄기에는 고추가 열리고 뿌리에는 마늘이 달린 일명 '마고추'….

생명공학은 이런 동 · 식물을 상상이 아닌 현실로 만드는 학문이다.

인류의 식량난을 해결할 수 있는 꿈의 기술을 다루는 것이다.

식량뿐 아니라 인간 세포 속 DNA가 저장하고 있는 정보를 해독해 난치병을 고치고 장수할 수 있게 만들기도 한다.

생명공학(Biotechnology)이란 용어는 1917년 헝가리의 공학자인 카를 이레키가 처음으로 사용했다.

그는 생명공학을 '살아있는 생명체의 도움을 얻어 원료 물질로부터 유용한 물질을 생산하는 모든 작업'이라고 정의했다.

생명공학은 이후 꾸준히 발전해 1953년엔 DNA의 이중나선구조가 규명됐고,1970년엔 인공유전자 합성에 최초로 성공했다.

1980~1990년대를 지나면서 DNA 조작기술이 보편화돼 상상의 세계에서나 있을 법한 생명체 조작이 가능해져 더욱 주목받고 있다.

특히 생명복제 기술로 인한 복제양 '돌리'의 탄생과 2000년대의 인간 게놈 프로젝트 완성 등은 인류 역사에 큰 획을 긋는 중요한 사건이었다.

⊙ 유전자를 자르고 붙이는 학문

생명공학의 핵심 연구대상은 유전자다.

유전자는 생명현상의 가장 중요한 성분인 단백질을 만드는 데 필요한 유전정보를 말한다.

모든 생명체를 구성하는 기본 단위는 세포이고,세포핵 속의 염색체 안에 유전정보의 기본 단위인 유전자가 들어 있다.

유전자가 자손에게 대대로 전해져 '콩 심은 데 콩 나고,팥 심은 데 팥 난다'같은 말이 생겨났다.

자식이 엄마도 닮고 아빠도 닮는 이유는 엄마와 아빠의 유전자를 반반씩 전해받기 때문이다.

유전자가 갖고 있는 정보를 원하는 대로 조작할 수 있다면 세포의 생산 특성을 바꿀 수 있다.

예를 들어 인간이 성장하는 데 필요한 물질인 인간 성장 호르몬은 인체 내에서만 만들어지므로 이것을 추출해 의약품으로 사용하기란 매우 힘들다.

하지만 유전자 조작 기술은 이런 의약품 생산을 쉽게 해준다.

인간 성장 호르몬을 만드는 정보를 갖고 있는 유전자를 박테리아에 주입하면 박테리아는 이 유전 정보가 자기 것인 줄 알고 성장 호르몬을 열심히 만든다.

즉 박테리아가 인간 성장 호르몬을 생산하는 공장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런 일이 가능하려면 원하는 유전자를 잘라낼 수 있는 기술이 있어야 하고,이를 적당한 곳에 붙일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원하는 유전자를 마음대로 자를 수 있는 가위와,자른 것을 붙일 수 있는 풀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때 가위 역할을 하는 효소를 제한효소,풀 역할을 하는 효소를 연결효소라고 한다. 생명공학은 이런 효소들을 활용해 유전자를 자르고 붙인다.

⊙ 우리나라 먹여 살릴 차세대 성장 산업의 기반

생명공학은 우리나라를 먹여 살릴 차세대 성장 산업인 바이오 산업의 기반이다.

과거 공과대학에는 물리 화학 수학 등 기초과학에 기반을 두고 이를 응용한 학과가 대부분이었다.

반면 생물학에 바탕을 둔 공대 학과는 매우 드물었다.

물리와 화학에 비해 생물학은 그 학문의 대상인 생명체가 너무 복잡해 인간이 그 모두를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에 학문적 발전이 상대적으로 더뎠다.

다른 과학 과목들에 비해 생물학은 '외우는 과목'이란 인식이 생긴 것도 이해하기가 너무 어려워서다.

일단 현상이 어떻다는 것을 나열할 수밖에 없어서 암기 과목이라고 여기게 된 것이다.

그러나 최근엔 생명공학이나 생물공학과 같은 학과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이는 유전자 조작 기술의 개발과 함께 생명체에 대한 이해 수준이 급속도로 높아진 데 따른 것이다. 연세대 동아대 조선대 한국외대 등에 생명공학과가 개설돼 있고,서울대 고려대 건국대 동국대 부산대 등에도 생명공학이나 생물공학이란 명칭이 들어간 학과가 있다.

생명공학의 발전은 바이오 산업을 키우는 동력이다.

바이오 산업은 △바이오칩을 사용해 집에서도 건강 상태를 세세히 진단하고

△난치병을 포함한 각종 질병을 치료하는 의약품을 개발하며

△인체 장기를 교체할 수 있는 인공장기를 생산하고 이식하는 기술 등을 다룬다.

정부는 바이오 산업을 우리나라를 먹여 살릴 차세대 성장 산업의 하나로 선정해 집중 투자하고 있다.

생명공학을 전공하면 이런 차세대 성장 산업에 참여해 크게 기여하면서 보람을 느낄 기회가 생긴다.

생명공학 기술은 인간의 건강뿐 아니라 자연의 건강을 지키는 데도 이용된다.

식물이나 박테리아에서 생분해가 가능한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것,환경 문제를 유발하는 화석연료를 대체할 바이오 에너지를 찾는 일 등이 모두 생명공학이 도전하고 있는 분야다.

⊙ 적성 및 진로
[미래를 이끌 이공계 학과 2010] 이공계 유망학과 <16>- 생명공학과
생명공학을 전공하려는 학생은 느긋하게 여유를 가지고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대장균이나 인체의 세포는 모두 살아있는 생명체다.

살아있는 생명체를 대상으로 연구하다 보면 많은 시간과 노력,정성이 필요하다.

이런 세포를 배양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고,다 자란 세포에 실험을 실시해서 결과가 나올 때까지 다시 많이 기다려야 한다. 그래서 생명공학은 기다림의 연속이 특징이다.

명석한 두뇌와 민첩한 행동보다는 실험과 연구가 잘못됐을 때 그 원인을 곰곰이 분석해 다시 반복실험을 할 수 있는 인내심이 더 요구된다.

물론 생명체에 대한 관심과 열정도 생명공학도에게 필요한 덕목이다.

생명공학과에 입학하려는 고교생은 생물과 화학 과목을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

틈틈이 생명공학 관련 교양서적을 읽어두는 것도 도움이 된다.

프랑스의 분자생물학자 자크 모노의 저서인 '우연과 필연'도 생명공학도를 위한 추천서로 꼽힌다.

생명공학과를 졸업하면 관련 분야 기업인 바이오 벤처기업과 제약회사 등에 입사할 수 있다.

대학원에 진학해 석 · 박사 학위를 따면 생명공학 관련 각종 연구소나 대학으로 진출할 수 있다.

환경부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청 등 공공기관에서 일할 수도 있다.

장경영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