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승장구하던 일본의 게임기 제조업체인 닌텐도가 올 상반기 실적에서 7년 만에 적자를 기록했다. 애플의 아이폰 등 스마트폰의 출현으로 휴대용 게임기 수요가 줄어든 데다 엔고도 악영향을 끼쳤다.

닌텐도는 2010회계연도 상반기(4~9월)에 20억엔(약 270억원)의 순손실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고 30일 밝혔다. 이 회사가 반기 기준으로 적자를 기록한 것은 2003년 상반기 이후 7년 만이다. 당초 닌텐도는 올 상반기 700억엔가량의 흑자를 예상했다.

닌텐도는 2010년 전체 예상 실적도 크게 하향 조정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23% 줄어든 1조1000억엔,순이익은 61% 감소한 900억엔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소비자 친화적 게임기 개발로 불황에도 사상 최대 이익 행진을 하던 닌텐도가 적자를 낸 것은 스마트폰의 영향이 컸다. 애플이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통해 유행시킨 스마트폰과 태블릿PC에 접속해 온라인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이 크게 늘면서 전통 게임기 수요가 줄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올해 게임 기능을 갖춘 휴대폰 판매는 지난해보다 11.4% 증가한 12억7000만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비디오 게임기와 휴대용 게임기는 소폭 감소해 각각 5230만대와 3890만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 2분기(4~6월) 휴대용 게임기인 닌텐도DS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7% 급감했다. 게임 소프트웨어 판매도 23% 줄었다.

태블릿PC도 닌텐도와 같은 게임기 업체에는 위협이다. 애플에 이어 삼성전자와 도시바 등이 잇따라 태블릿PC를 선보이면서 게임기업체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게다가 최근 엔화 강세로 수출 채산성이 떨어진 것도 적자 요인이 됐다.

닌텐도는 3D 게임기로 판세를 뒤집는다는 전략이지만 관련 제품 판매 시기가 늦어지고 있다. 원래 연말에 전용안경 없이 3D 게임이 가능한 3DS를 선보일 예정이었다. 하지만 닌텐도는 이 게임기의 판매 시기를 내년 2월26일로 연기했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