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동양생명을 시작으로 대한생명과 삼성생명이 연이어 증시에 입성했다. 계약자에 대한 이익배분 문제로 지체됐던 생명보험회사 상장이 성사됐지만 주가는 공모가를 밑돌며 침체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손해보험회사에 비해 공모가가 지나치게 높게 책정됐다는 부담과 낮은 수입보험료 증가율,저금리 기조 장기화 등에 대한 우려가 생보사 주가 상승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작년 3월 말 결산한 2008회계연도에 생보사들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보험 수요가 줄어든 반면 해약률은 높아져 수입보험료가 감소하는 어려움을 겪었다. 또 해외 투자자산 상각으로 투자수익률이 하락하는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하지만 2010회계연도부터는 성장세와 이익 규모 면에서 확실한 회복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증시의 강세와 낮은 시중금리로 변액보험 시장이 커지고 있고,예금금리보다 높은 공시이율을 바탕으로 방카슈랑스 채널에서 저축성 보험의 판매가 크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장성 보험의 회복 속도는 아직 느리지만 생존담보에 대한 높은 보험 수요를 감안할 때 성장성 회복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수익성 측면에서도 위험손해율이 하향 안정세여서 비용 집행의 효율성 제고도 눈에 띈다. 과거 판매했던 확정 고금리 상품의 보험료 납입이 마무리 단계에 진입해 이자 차이에 따른 역(逆)마진 부담도 점진적으로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입보험료 비중을 의미하는 한국의 보험침투율은 11.8%로,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따라서 수입보험료 규모가 빠르게 성장하기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또 2000년대 초반 대규모로 판매했던 상품의 보험료 납입기간이 끝나감에 따라 수입보험료 증가속도는 당분간 내려갈 수밖에 없다.

따라서 빠른 성장에 대한 기대보다는 질적인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 대표적인 질적 변화는 갱신형 보장성 보험 상품의 비중이 증가하고 유지율이 개선되고 있으며,확정 고금리 상품의 보험료 납입기간이 완료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생보사는 위험보험료 징수액에서 실제 보험금 지급액을 뺀 비율인 사(死)차익률을 적절하게 유지할 수 있다. 또 수입보험료 누수도 줄고 금리차 역마진 규모를 축소시킬 수도 있다.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생보업계의 성장 전망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생보사는 연금보험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다. 소득공제 혜택은 없지만 연금수령 때 비과세하는 세제 비적격 연금을 생보사만 독점적으로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의 고령화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반면 노후 대비는 여전히 부동산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은 2028년 40%까지 하락하고 소득대비 높은 부동산 가격으로 연금보험의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한국의 사적 연금보험 가입률은 10%(2007년 기준)에 불과해 생보사의 장기 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생보사들은 규모와 경쟁력에 따라 각기 다른 판매 전략을 선택하고 있다. 앞으로 수익성 측면에서도 회사별로 차별화될 전망이다. 삼성생명을 비롯한 대형사들은 강력한 전속 채널을 바탕으로 수익성 높은 보장성 보험 판매에 주력하는 반면,중소형사들은 방카슈랑스 채널을 통해 저축성 보험 판매에 집중하고 있다.

대형사는 금리차 역마진 규모가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에 현재 낮은 수익성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수익성이 높은 보장성 보험 중심의 매출 전략으로 수익성 회복이 빠르게 진행될 것이다. 반면 고금리 상품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중소형사는 저축성 보험의 빠른 성장으로 대형사에 비해 높은 성장을 구가하겠지만,수익성은 현 수준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

생보사 주가는 향후 개선된 수익성을 바탕으로 점진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성장성 및 수익성 개선이 꾸준하게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향후 금리 전망도 장기적으로 생보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관측된다. 생보사는 부(-)의 듀레이션을 갖고 있으며 확정금리형 적립금 비중이 높아 시중금리가 오르면 기업가치와 이익이 상승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비록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의 장기채권 수요로 기준금리 인상에 비해서는 미미한 수준의 금리 상승이 진행되겠지만,기준금리가 정상화되는 과정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장기적 관점에서 금리는 생보사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다.

현재 대형 생보사 주식은 상대적으로 높은 주가순자산비율(PBR)을 적용받아 수익성에 비해 비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생보사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낮은 원인은 과거 판매한 확정 고금리 상품이다. 시간이 지나면 정상마진을 확보할 수 있는 보험상품 비중이 증가하면서 확정 고금리 상품은 줄어들 것이다. 따라서 장기 투자자에게 생보주는 매력적인 주식이라고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