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환율정책의 국제공조를 저버리고 개별행동에 나선 것은 부정적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장 클로드 융커 유로존 재무장관회의 의장) "혼자만의 이익을 추구하는 국가가 중국만은 아니다. 일본의 시장개입은 매우 우려스럽다. "(샌더 레빈 미국 하원 세입세출위원회 위원장)

지난 15일 일본 정부가 도쿄 런던 뉴욕 등 국제 외환시장에서 엔화를 팔고 달러를 사들이는 시장개입에 착수한 데 대해 유럽연합(EU)과 미국은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일부 서방 언론은 "일본의 단독 시장개입은 반칙"이라고 비난했다. 일본은 그러나 주눅들지 않고 있다. 40조엔(약 550조원)의 실탄을 준비하고,외환시장 개입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일단 '달러당 85엔 선'에서 1차 방어선을 쳤다. 엔화가치 하락에 따라 중국 등 아시아 각국도 경쟁적으로 자국 통화 가치를 끌어 내리는 시장개입에 나설 움직임이다. 환율전쟁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환율문제, 국제공조 해야"

일본 정부가 6년반 만에 독자적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해 엔화값을 끌어 내리자 유럽은 즉각 반발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장 클로드 융커 유로존 재무장관 회의(유로그룹) 의장이 '일본의 독자행보는 글로벌 불균형 해소에 적합한 방법이 아니다'고 비판했다"고 보도했다.

아마데이 알타파디흐 EU집행위원회 대변인도 "과거 경험에 비춰볼 때 각국이 공조해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유럽 주요 언론들은 일본이 시장개입에 앞서 유럽은 물론 미국에도 전혀 통보를 하지 않았다며 일본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했다. FT는 "일본이 중국의 환율조작에 대한 국제사회 압박전선에서 홀로 이탈했다"고 비판했다.
미국도 일본의 외환시장 개입이 못마땅하다. 미 의회가 중국 위안화 환율 청문회를 열기 직전 일본이 일방적으로 '사고'를 치는 바람에 곤혹스런 처지다. 샌더 레빈 하원세입위원장은 "(일본의 외환시장 개입은) 시장을 심각히 교란하는 상황 전개"라고 비난했다. 크리스토퍼 도드 상원 금융위원장도 "일본, 중국과 같은 외환시장 개입은 미국의 성장을 방해한다"며 "특히 일방적인 개입은 국제적인 협력의 간극을 벌리는 것"이라고 가세했다.

◆日, 비난 불구 시장개입 지속

일본 정부는 EU와 미국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엔고 저지를 위한 시장개입을 계속한다는 입장이다.

일본은 올해 외환시장 개입에 투입할 수 있는 자금(시장안정기금)을 40조엔 확보했다. 연간 기준으로 가장 많은 자금을 투입했던 2003년의 35조엔보다 많다. 지난 15일 하룻동안 외환시장 개입에만 2조엔을 썼다. 사상 최대 규모다. 국제 외환시장에서 하루 엔 · 달러 거래 규모는 50조엔에 달한다. 문제는 일본이 시장개입에 나서면서 태국 등 아시아 각국과 브라질등 신흥국들도 잇따라 자국 통화 절하에 나설 가능성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위안화 평가 절하를 위해 개입을 계속하던 중국이 9월 들어 '고(高)위안화'를 용인하려는 자세를 보이면서 아시아 각국의 통화 평가절하 경쟁이 수그러들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며 "그러나 일본의 시장개입은 중국을 비롯한 각국이 다시 시장개입을 가속하는 구실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도쿄=차병석 특파원/워싱턴=김홍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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