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영암에서 국내 최초로 열리는 포뮬러 원(F1) 국제자동차 경주대회에 빨간불이 켜졌다. 대회 개최일(10월22~24일)이 한 달여 앞으로 바짝 다가왔는데도 입장권이 거의 팔리지 않아 대규모 적자대회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경기장 완공도 예정보다 늦어져 대회 자체가 제대로 열릴지 의문이라는 국내외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12일 대회 운영법인인 카보(KAVO)에 따르면 지난 1년여 동안 국내외 입장권 판매 실적은 전무하다시피하다. 국내 판매 대행 창구인 광주은행과 신한은행은 지금까지 전국에서 온라인을 통해 100여장을 팔았다. 두 은행의 오프라인 판매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한 은행 관계자는 "입장권 가격이 12만~100만원대로 고가인 데다 F1이 대중성 있는 스포츠 행사가 아닌 탓에 표가 거의 안 팔렸다"고 말했다.

입장권 판매 부진은 대회 개최를 사실상 주도해온 전라남도의'계산서'를 송두리째 흔들어 놓고 있다. 전남도와 카보는 국내분 수입을 742억원으로 산출했다. 이 가운데 입장권 판매수입은 564억원.전체 수입의 76%를 차지한다. 나머지는 기업부스 89억원,스폰서 58억원,의류 등 기념품 판매 3억원,TV중계권료 29억원 등이다.

성공적 개최 가능성이 줄어들면서 대회 유치를 위해 쏟아부은 투자비까지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경기장 건설비 2000억원,부지매입비 300억원, 개최권료 360억원 등 모두 2660억원이 투입됐다. 경기장 진입도로 공사비와 기타 대회유치비까지 합치면 3160억원에 달한다. 설상가상으로 F1 대회는 한번 개최권을 따면 7년간 대회를 열도록 돼 있고 개최권료도 매년 10% 증액된 액수를 자동적으로 물게 돼 전남도는 3000억원의 빚을 부담한 처지다.

다급해진 전남도에는 비상이 걸렸다. 직원들에게 입장권 판매가 할당됐다. 지역은 물론 전국적으로 기업을 찾아다니며 표를 파는 전담반도 만들어졌다. 영암군청 직원 A씨는 "300장이 할당돼 관내 기업체나 친 · 인척에게 구매를 부탁했다"며 "표값이 비싸 대부분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해외판매 실적도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회 전망이 어두워지자 전남도가 협상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해 부담이 커졌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올해 개최권료 360억원은 터키(155억원)와 비교해 너무 많다는 것이다. 방송중계권료 전액과 경기장 안에 세워지는 4개의 메인스폰서 수입 중 75%를 포뮬러원매니지먼트(FOM)에 내준 것도 협상 실패의 결과라는 비판도 있다.

일정상 지난달에 이미 완료됐어야 할 경기장 건설이 지체되면서 대회 개최 90일 전에 받아야 할 국제자동차연맹(FIA)의 경기장 검수 일정도 줄줄이 연기됐다.

카보 관계자는 "잦은 비와 태풍 등으로 공정에 차질이 발생했지만 밤샘공사 등으로 공사를 서두르고 있어 대회를 치르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영암=최성국 기자 skchoi@hankyung.com

◆ F1 대회

월드컵,올림픽과 함께 세계 3대 스포츠 행사로 꼽히는 자동차경주대회다. 184개국 6억명이 TV 중계방송을 즐길 정도로 인기가 많다. 경기 운영은 국제자동차연맹(FIA)이 담당하지만 개최지 선정과 중계권료 광고수입 배분 등은 포뮬러원매니지먼트(FOM)가 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