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그리버드(Angry Birds).애플 앱스토어에서 올해 최고의 애플리케이션(앱 · 응용 프로그램)으로 꼽히는 모바일게임으로,현재 60개 국가 앱스토어에서 유료 애플리케이션 1위에 올라 있다. 작년 12월 발매 이후 다운로드 횟수가 유료 앱은 700만회,무료 앱은 1100만회에 달한다. 아이폰용과 아이패드용에 이어 최근에는 안드로이드폰용도 나왔다. 개발사는 핀란드 모비오다.

모비오는 헬싱키기술대 졸업생 3명이 2003년 설립한 회사로 직원이 20명도 안 된다. 남의 게임만 개발해주다가 작년부터 자체 게임을 개발하기 시작했는데 앵그리버드로 단숨에 유명해졌다. 앵그리버드는 단순하지만 스토리가 있다. 녹색 돼지들이 새들이 아끼는 알을 훔쳐가 먹어치운 게 발단이다. 새들은 화가 치밀어 고무줄 새총을 이용해 돼지들에게 육탄공격을 가한다.

모비오는 앵그리버드를 론칭한 후 광고를 하거나 마케팅을 펼치지 않았다. 동영상을 만들어 유튜브에 올린 게 전부였다. 그러나 입소문을 타면서 9개월째 전체 유료 앱 가운데 1위를 지키고 있다. 지금은 이 게임을 소재로 TV 쇼를 만들고 장난감과 만화책도 내자는 제안을 받아 관련 업체들과 협상을 벌이고 있다. 모비오는 이제 각국 게임 업체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

국내에서는 앵그리버드 같은 게임이 나올 수 없을까. 이 질문에 답이라도 하듯 앱스토어에 론칭한 지 일주일도 안돼 전체 10위권(미국 기준)에 진입한 게임이 등장했다. 컴투스의 '슬라이스잇(Slice It)'이다. 아이폰용은 유료 앱 8위,아이패드용은 유료 앱 5위에 올랐다. 게임 카테고리에서는 퍼즐 부문 1위,전략 부문 1위다. '론칭 효과'를 감안하더라도 유료 앱 전체 10위는 고무적인 성과다.

슬라이스잇은 세모 네모 원 등 다양한 도형을 정해진 횟수만큼 선을 그어 똑같은 크기로 자르는 게임이다. 앵그리버드와 마찬가지로 단순하지만 레벨이 올라갈수록 어려워져 도전의식을 자극한다. 아이폰용의 경우 60단계까지 나왔고 40단계를 추가할 예정이다. 슬라이스잇은 컴투스 사내공모 아이디어를 상품화한 것으로 박지영 사장이 강조하는 '단순하고 쉬운 게임'이다.

컴투스가 앱스토어에 게임을 올린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슬라이스잇은 열세 번째 게임이다. 작년에는 '이노티아'가 유료 게임 가운데 RPG(역할수행게임) 부문 1위에 올랐고,'홈런배틀 3D'는 유료 게임 5위,스포츠 부문 1위에 올랐다. 올 들어서는 '헤비거너 3D'가 지난 4월 무료 앱 1위에 오른 적이 있다. 컴투스는 연말까지 야심작을 잇달아 앱스토어에 올릴 예정이다.

애플 앱스토어와 관련해 아쉬운 점이 있다. 앵그리버드나 슬라이스잇은 해외 앱스토어에서만 구입할 수 있다. 한국 앱스토어에는 게임 카테고리가 없어 올려져 있지 않다. 게임물 사전심의제 때문에 앱스토어에 게임 카테고리가 없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문화관광부는 오픈마켓 게임 규제완화를 골자로 한 법률개정안을 2008년 11월 국회에 상정했지만 2년이 다 되도록 처리되지 않고 있다.

김광현 IT전문기자 k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