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편성 방송사업자를 1개만 선정해야 공정한 방송은 물론 고품격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신규 종편방송사의 등장이 가능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개 이상의 종편 사업자가 경쟁하면 시청률 경쟁에 내몰려 '막장방송'이 불보듯 뻔하다는 지적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2일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대강당에서 개최한 '종합편성 · 보도전문 방송채널사용사업자 승인 기본계획안 공청회'에서 참석자들은 사업자 선정 방식 및 개수, 최소 납입 자본금 규모 등을 놓고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 이날 공청회에선 방통위가 지난달 17일 발표한 기본계획안에 대한 토론이 이뤄졌다. 공청회는 인터넷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 응용프로그램)으로 동시 생중계됐다.

이희주 한국경제신문 이사는 "현재의 방송시장 여건에서는 종편사업자를 1개만 선정해도 일러야 3~4년 후에나 흑자전환이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라며 "2개 이상 종편사업자가 경쟁하면 안정적인 수익기반을 확보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김차수 동아일보 방송사업본부장도 "정부가 종편사업자 수를 미리 정하되 너무 많은 사업자를 승인하면 글로벌 미디어기업 육성이라는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이사는 "종편사업자의 수익기반이 무너지면 양질의 콘텐츠 생산을 위한 적극적인 투자가 어려워지고 시청률을 높이기 위한 막장 드라마류의 콘텐츠에 치중할 수밖에 없다"며 "종편 선정이 막장 드라마나 저질 오락프로그램 양산을 되레 부추기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국내 광고시장은 7조2500억원으로 성장세가 주춤하고 있는데다 방송광고시장은 2조8000억원 수준으로 전년 대비 4000억원가량 줄어 들었다.

게다가 민영미디어렙이 도입되고 KBS2 채널의 광고물량(연간 약 2400억원)을 축소하더라도 대부분 광고물량이 시청률이 높은 MBC, SBS 등 기존 지상파로 몰려 신규 종편의 광고수입은 미미한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종편사업자의 자본금 규모와 관련,김수길 중앙일보 방송본부장은 "최저 납입자본금을 3000억원으로 할 경우 종편이 지상파방송과 경쟁할 수 있는 4~5%의 시청률을 달성하기 어렵다"며 "자본금이 큰 사업자에게 가산점을 주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특정 기업의 컨소시엄 중복 참여와 관련,여러 종편 컨소시엄에 주요 주주로 참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도 나왔다. 김차수 본부장은 "1개 기업이 2개 이상 컨소시엄에 주요 주주로 참여하면 주주 구성의 안정성을 해칠 수 있고 영향력이 지나치게 커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고종원 조선일보 기획팀장도 "특정 기업이 여러 컨소시엄의 주요 주주로 중복 참여하는 것은 금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종편과 보도채널 사업자는 분리하지 않고 동시에 선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방통위는 3일 제2차 공청회를 열어 김대호 인하대 교수,한석현 YMCA 팀장,강정화 소비자연맹 사무총장,성기현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사무총장 등 학계 · 업계 · 시민단체 전문가들로부터 기본계획안에 대한 의견을 들을 예정이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