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페 버스가 언제쯤 올까요?” “후덜이 때문에 밤잠을 못 이루겠어요”

“아4와 갤스 중 뭘 사야 할 지 정말 고민입니다”

도대체 어느 나라 말인지 무슨 뜻인지 한 번에 알아챌 수 있다면 대단한 얼리어답터이거나 스마트폰 마니아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 않은 대다수의 사람들은 도통 모르겠다며 고개를 흔들 것이다.

“엑페 버스가 언제쯤 올까요?”에서 ‘엑페’는 소니에릭슨의 스마트폰 ‘엑스페리아’를 줄인 말이고, '버스'(폰)란 버스를 탈 때 내는 돈 500원~1000원 정도만 내면 살 수 있는, 다시 말해 거의 공짜로 구입할 수 있는 휴대폰을 말한다.

종합해보면 “엑스페리아를 언제쯤이면 가장 저렴하게 살 수 있을까요”란 뜻이 된다.

‘후덜이’는 대만 HTC사에서 내놓은 고사양의 스마트폰 ‘HD2’를 지칭하는 것으로 이 제품을 사고 싶어 하는 소비자들의 심정을 위와 같이 표현한 것이다.

‘아4’는 애플의 최신 스마트폰인 ‘아이폰4’ ‘갤스’는 삼성전자의 ‘갤럭시S’를 각각 줄여 부르는 것으로 국내 시장에서 두 제품의 인기를 반영하듯 양자택일의 고민을 호소하는 글들도 이어지고 있다.

△ 제품명·요금제부터 통신사 줄여 부르기까지

휴대전화 시장이 피처폰(일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급격히 재편되면서 이처럼 스마트폰과 관련한 각종 신조어들이 포털사이트에 넘쳐나고 있다.

‘갤스’(갤럭시S), 옵큐(옵티머스큐), 로이(모토로이) 등 제품명을 줄여 부르는 경우가 가장 많고 요자(요금제 자유), 무약(2년 의무 가입, 요금제 지정 등 약정 조건이 없는 것)등 요금제와 관련한 축약 용어들도 눈에 띈다.

신규(신규가입), 순규(기존에 휴대전화를 쓰지 않던 사람의 순수 신규 가입), 번이(번호이동), 기변(기기변경), 실사(실제 사용) 등 휴대폰 가입 시에 쓰는 용어들도 흔히 줄여 부른다.

심지어는 ‘스크’(SK텔레콤) ‘크트’(KT) 등 통신사를 줄여 부르기도 한다.

단순히 말 자체를 줄이는 경우도 많지만 버스폰처럼 숨은 의미를 알아야 하는 단어도 적지 않다.

예컨대 낚시에서 미끼로 쓰는 ‘떡밥’은 스마트폰 유저들 사이에서도 널리 쓰이는 용어인데, 신제품 출시 전 각종 제품 스펙, 판매일 등 관련 루머가 인터넷에 나도는 것을 일명 ‘떡밥’이라고 부른다.

뽐뿌는 어떤 제품을 사고 싶게 만드는 행위 또는 이유를 뜻한다. 반드시 휴대폰에만 쓰이는 것은 아니지만 갖고 싶은 특정 스마트폰을 앞에 붙여 “○○ 급뽐뿌”라는 식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업계에서는 신조어 탄생이 스마트폰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그만큼 높다는 것을 반영한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가뜩이나 어려운 스마트폰 기본 단어들을 숙지하기도 버거운 마당에 외계어나 다름없는 용어들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에 이제 막 입문하는 초보자이거나 최신 휴대전화에 큰 관심이 없는 기성세대의 경우 이런 용어들로 인해 소외감이 더욱 커진다는 불만이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