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회 분위기가 연일 냉랭하다. 서울시장과 야당이 절대다수를 차지한 시의회 간 공방 때문이다. 야당 의원들은 오세훈 시장의 주요 정책에 대해 공세를 퍼붓고,오 시장은 반박과 설명으로 역공을 취하고 있다. 지난 25일 시작된 민선 5기 서울시의회 시정질문 이틀째인 26일에도 여당 시장과 야당 의원 사이의 한랭전선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핵심정책 놓고 공방 이어져

오승록 민주당 의원은 이날 한강에 관광 크루즈선을 띄우는 '서해뱃길 사업'을 놓고 "일부 부유층이 이용할 크루즈선에 시민 세금 2300억원을 퍼붓는다"고 맹비난했다. 오 시장은 "서울은 산업 기능이 없기 때문에 현재 10% 미만인 관광업 비중을 선진 도시처럼 15%대로 끌어올려야 한다"면서 "초기엔 적자를 보겠지만 중국 신흥부자가 늘고 있어 5~10년 후엔 사업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오 의원은 "배를 한 척만 운영한다는데 풀가동해도 탑승객이 한 해 1만명 아니냐"고 물고 늘어졌다. 오 시장은 "아니… 처음엔 당연히 한 척으로 시작하죠"라며 답답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오 시장은 부연설명을 하려 했지만 차갑게 거부당했다.

김종욱 민주당 의원은 이달 초 시의회가 결의한 '친환경 무상급식 민 · 관 거버넌스'에 서울시가 참여 뜻을 밝히지 않은 점을 문제삼았다. 김 의원은 "지난 2일 제안을 보냈는데 오늘까지 답이 없는 건 시의회를 무시한 처사"라고 따졌다. 오 시장은 "무상급식 외에 교육현안 전반에 대해 논의해야 참여할 수 있다"고 답했다. 김 의원이 "그게 답변이 된다고 생각하냐"며 몰아세우자 오 시장은 굳은 표정으로 "역지사지해서 상대방이 받아들일 수 있는 제안을 보내야 협상이 된다"고 맞받아 어색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오잔디,가식,이중적…" 막말도

'오세훈 저격수'로 데뷔한 야당 초선 의원들은 오 시장의 답변을 자르거나 인신공격성 발언을 쏟아내 오 시장의 표정을 굳게 만들기도 했다.

김용석 민주당 의원은 지난 25일 "네티즌이 오잔디(서울광장에서 시위를 못하게 하는 시장),오고집,강남특별시장이라고 부르는 걸 들어봤냐"고 물으며 오 시장을 자극했다. 오 시장은 잠시 뜸을 들이다 짧게 "네"라고 답했다.

김 의원은 전날 서울시 업무보고를 시장 대신 경영기획실장이 했다며 "칠십(70세) 먹은 구청장도 구의회에서 직접 보고한다"고 목소리를 높여 오 시장의 공개 사과를 받아냈다. 오 시장은 야당 의원들의 집중포화에 "아니,저기…"라며 말을 잇지 못하거나 황당하다는 표정을 짓기도 했다.

서울광장에서 집회를 허용한 조례 개정안에 오 시장이 재의를 요구키로 한 데 대해서는 더욱 거친 설전이 벌어졌다. 김 의원은 "재의 요구 해봤자 다시 통과될 걸 알면서도 오기 행정을 편다"며 "앞에선 가식적으로 소통과 통합을 말하면서 뒤에선 불통과 파국을 조장하는 이중적 행보"라고 독설을 퍼부었다. 하지만 오 시장은 "개정안은 내용상 문제가 있기 때문에 물러서지 않고 재의 요구를 할 것"이라며 맞받았다.

◆"오 시장, 생각보다 잘 참네"

한나라당이 절대다수를 차지했던 지난 시의회 때도 오 시장에 비판적인 시의원들은 있었지만 이번 시정질문은 제반 여건이 달라졌음을 확실히 보여준다는 것이 시 주변의 전언이다. 김명수 서울시의회 운영위원장(민주당 대표의원)은 "오 시장의 자세가 민선 4기 때와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며 "우리 권한 안에서 비판과 감시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 의원 사이에선 "오 시장,생각보다 잘 참네"라는 평이 나오기도 했다. 시정질문은 27일 마무리된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