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잠자는 공룡'으로 불리는 국영기업에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한 외국인 임원을 대규모로 채용키로 했다. 민영기업과 금융회사에 이어 국영기업에까지 외국인 피가 수혈돼 중국 기업의 체질 개선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신화통신은 중국 국유자산관리감독위원회(국자위)가 오는 30일부터 해외 인재 공모를 시작한다고 25일 보도했다. 국영기업을 관리감독하는 국자위는 연말까지 최소 13개 국영기업에 대해 CEO급 인력을 선발키로 했다.

그동안 채용한 외국인이 주로 전문기술자나 중간관리자였던 점에 비춰 보면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이는 효율성이 떨어지는 중국 국영기업의 경영시스템을 선진화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것이라고 신화통신은 보도했다.

중국 정부는 2004년부터 국영기업이 외국인 인재를 채용하도록 허용했다. 작년 말까지 111명의 고급 인력을 해외에서 영입했다. 2008년에는 사상 처음으로 중국전자정보산업공사,하얼빈발전소설비공사 등 2개 국영기업의 CEO에 외국인이 임명됐으며,작년엔 채규전 전 대우종합기계 중국법인장이 샤궁기계의 대표로 스카우트돼 한국인 최초의 중국 국영기업 CEO가 됐다.

중국 국영기업의 외국인 고급 인재 채용은 시작 단계이지만 민영기업과 금융회사에서는 이미 활성화됐다. 중국의 대표적 컴퓨터 업체인 레노버는 2006년 경쟁 회사인 델의 데이비드 D 밀러 아시아태평양 대표를 영입했다. 상하이시는 지난해 미국 뉴욕과 영국 런던에서 금융인재 채용 로드쇼를 열었다.

해외 인재 영입에 대해 중국 기업 관리자들도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국자위가 2008년 국영기업의 중간급 관리자 이상을 상대로 외국인 관리자 채용에 대해 설문조사했을 때는 42.3%가 반대했지만 최근 설문조사 결과 91.3%가 공모에 긍정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합리적인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효율성이 높아지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