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경영전문대학원(MBA) 재학생들이 한국으로 몰려오고 있다. 2008년 불어닥친 글로벌 금융위기를 가장 빠르게 극복한 '한국 경제'와 자동차 · 전자 · 조선 등 글로벌 브랜드가 즐비한 '한국 산업'의 비결을 배우기 위해서다.

미래의 글로벌 전문가를 꿈꾸는 이들이 파이낸셜타임스(FT) MBA 랭킹 등 각종 평가에서 전 세계 100위권에 한 곳도 들지 못한 국내 MBA 과정에 몰려드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출신 국가 역시 미국 독일 프랑스는 물론 중국 인도 싱가포르 등 이른바 '경제대국'들이어서 주목된다.

◆"한국 경제 배우자" 열공

미국 UCLA 앤더슨경영대학원 EMBA(Executive MBA) 재학생 40명은 지난 23일부터 서울대 MBA에서 '한국비즈니스의 이해'를 주제로 강의를 듣고 있다. 수강생 대부분이 보잉,모토로라,퀄컴,액센츄어 등 글로벌 기업 임원들로 한국의 경제 · 산업 발전모델,한국시장 투자분석,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주요 이슈 위주로 공부하고 있다.

이들은 서울대 교수진은 물론 에이미 잭슨 주한미국상공회의소 대표,호버트 엡스타인 동양종합금융증권 부사장,염동훈 구글코리아 상무 등 기업인들로부터 총 11회에 걸쳐 강의를 받는다.

독일 슈타인바이스대 MBE(Master of Business Engineering) 재학생 75명도 지난달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SKK GSB)을 찾았다. 이들은 열흘 동안 한국에 머물며 '아시아적 관점의 글로벌 마케팅'과 '아시아 시장의 전략적 경영' 등의 수업을 들었다.

피터 슈프 슈타인바이스대 프로그램 코디네이터는 "글로벌 시장의 주역으로 떠오른 한국에 대한 이해와 기업의 우수경영 사례를 배우려는 것이 방문 목적"이라고 말했다.

인도경영대학원 방갈로르시(市)대(IIMB) EMBA 재학생 65명은 지난 16일부터 KAIST의 MBA 과정을 수강 중이다. 이들은 인도 현지 기업에서 실무 경력 10년을 넘긴 중간 관리자급으로 국내 기업 임원들의 특강을 들으며 한국 경제를 배우고 있다.

래리 클레인 외환은행장,브래들리 갬빌 LG전자 최고전략책임자 등이 이미 강의를 마친데 이어 25일부터는 최원식 맥킨지 파트너,최재 두산건설 전략총괄부사장,브렛 킴 SC제일은행 전략총괄부사장 등의 강의가 이어진다.

비카스 반살씨(커넥선트 시스템즈 부매니저)는 "글로벌 금융 위기를 가장 빠르게 극복한 한국 경제와 산업을 배우고 경험하는 값진 기회였다"며 "은행,건설,전자 등 산업 부문의 다양한 발전상에 놀랐다"고 평가했다.

산업 현장에선 "어메이징" 연발

자동차,조선,전자 등 국내 글로벌 기업 방문도 중요 프로그램 중 하나다. IIMB 학생들은 17일부터 GM대우자동차,LG전자 오산공장,대우조선해양 부산조선소,두산중공업 창원공장 등 빠듯한 현장방문 일정을 소화해냈다. 이들은 공장과 도크 등을 배경으로 사진 찍으며 "어메이징"을 연발했다.

슈타인바이스대 재학생들 역시 삼성전자 홍보관(딜라이트)과 완구업체 오로라월드 등을 견학하며 한국의 산업 현장에서 '한 수'를 배웠다.

슈프 코디네이터는 "한국의 주요 기업들을 방문해 현장에서 직접 경영노하우를 배우는 등 차별화된 교육 프로그램에 대해 학생들이 크게 만족해 한다"고 소개했다. 지난달 연세대 MBA를 찾은 칭화대(중국),에섹 및 오덴샤 낭트대(프랑스),난양대(싱가포르) 비즈니스스쿨 학생들도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와 경기 파주 LG디스플레이 공장 등을 찾았다.

안태식 서울대 경영대학장은 "최근 해외 MBA 학생들이 잇달아 한국을 찾는 것은 한국 경제가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며 "향후 제3세계 국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MBA 강좌 등 교육 프로그램을 더욱 다양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