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오후 7시30분 경기도 용인시 성복동 힐스테이트3차 단지.한 동에 한두 집 정도에서만 불빛이 새어 나올 정도로 적막감이 감돌았다. 30여분을 둘러본 끝에 입주자 한모씨(51)를 만났다. 개인사업을 하다 쉬고 있는 그는 일정한 수입이 없다. 그래서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로 은행 대출이 불가능하다. 서울 집을 팔지 못한 채 이사왔다는 그는 "지난 17일 집값 대출 이자로 298만원을 냈다"며 "집이 안 팔려 이자가 높은 G저축은행에서 돈을 빌렸기 때문"이라고 한숨 쉬었다. 그는 "정부의 과도한 DTI 규제가 집을 옮겨 가려는 중산층들을 나락으로 내몰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산층 옥죄는 DTI 규제

오후 8시30분 성복동 수지자이1차 상가에 있는 G공인중개사 사무실.주말 늦은 시간이지만 10여분 만에 두 차례의 방문이 있었다. 인근 LG빌리지에 살고 있다는 30대 초반 김모씨는 어머니와 함께 신혼집을 구하기 위해 방문했다. "결혼하면 분가하려고 110㎡대 집을 찾고 있다"는 그는 "118㎡(36평형) 급매가가 4억~5억원 선인데 DTI 규제로 대출 가능한 금액이 1억원을 조금 넘어 전세를 구해볼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서울에서 왔다는 노부부는 "집값이 많이 떨어진 지금이 투자 적기인 것 같다"며 투자목적으로 미분양 아파트를 사고 싶다고 했다. G공인중개 관계자는 분양가보다 1억원 떨어진 대형 평형을 소개했다. "DTI 규제로 자금마련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조언도 덧붙였다. 이 부부는 "사업을 하고 있어 금융권에서 돈을 안 빌려도 된다"고 응답하고 "마음에 드는 물건을 찾을 때까지 둘러보겠다"며 중개사 사무실을 나섰다.

DTI 규제로 부동산 시장의 실수요자인 중산층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고소득 자산가들은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

2007년 분양가상한제 이전 고분양가로 밀어내기 분양이 성행했던 용인 고양 파주 등에선 기존 집이 안 팔려 중도금 상환 이자에 허덕이는 입주자들이 부지기수다.

이들은 마이너스 프리미엄(분양가를 밑도는 가격)에라도 물건을 팔고 싶지만 거래가 안되다 보니 이자를 내기 위해 분양받은 아파트를 전세로 돌리고 2금융권에서 돈을 마련해 돌려막기하는 사례가 많다. 용인 성복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조금 편하게 집을 넓혀 가거나,부모님 모시고 살려다가 낭패를 본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며 "금융규제 완화로 꽉 막힌 주택수요를 틔워 주면 집을 팔고 이사를 올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을 텐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입주 폭탄 터지기 전에 규제 완화해야"

내달에는 부동산 시장의 상황이 더욱 나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다음 달 중 전국적으로 2만7000여채에 이르는 '입주 폭탄'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정보업체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경기도에서 1만1205채가 입주를 시작한다. 이 중 용인지역 입주 물량만 3400여채에 이른다.

대규모 입주물량이 대기 중인 용인에는 집값 추가 하락에 대한 우려가 감돌고 있다. 입주 지연으로 단지가 텅텅 비었는데 새 단지가 입주를 시작하면 가격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다.

입주 2개월이 지난 성복동 '성복자이1차'와 '성복힐스테이트2 · 3차'입주율은 10~30% 수준에 머물고 있다.

전문가들은 '9월 입주대란' 이전에 현실성 있는 부동산 거래 활성화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박상준 우리은행 경수기업영업본부 지점장은 "DTI 규제 완화는 시장 참여자들에게 긍정적인 신호를 주는 심리적 효과도 있다"며 "중도금 대출이자 연체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서민들과 중산층에겐 금융규제 완화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용인=성선화 기자 doo@hankyung.com


◆ DTI

총부채상환비율(Debt To Income).총소득에서 부채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DTI 규제는 서울 강남 3구 40%,서울 기타 자치구 50%,수도권 60%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