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과 모바일 시장이 빠르게 재편되면서 각 영역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의 합종연횡이 활발하다. 이들 기업은 시장영역에 따라 때로는 적이면서 때로는 동지 관계로 얽혀 있다. 기업 자체의 경쟁력보다는 동맹의 경쟁력이 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시대가 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8일 세계 최대 인터넷 검색 업체인 구글이 소셜게임 업체들과 제휴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구글의 행보는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업체인 페이스북에 맞설 SNS를 만들기 위한 것이다. 구글이 접촉한 게임 업체에는 플레이돔 일렉트로닉아츠(EA)와 플레이피시 징가 등이 포함돼 있다. 징가는 페이스북에서 소셜게임 1위 업체지만 구글이 지분을 투자한 회사다.

페이스북은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손잡고 검색 시장에 뛰어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구글은 이에 맞서 지난 2월 SNS '버즈(Buzz)'와 이달 초 '구글 미(Google Me)' 등을 선보이며 반격에 나섰지만 아직까지 이용자 수는 미미하다. 에릭 슈미츠 구글 회장은 그동안 "페이스북의 성장은 더 많은 사용자들이 인터넷을 이용하게 된다는 점에서 구글에도 좋은 일"이라는 입장을 보여왔다. 그러나 페이스북이 검색서비스 시장에서 구글을 위협하는 존재로 부각되자 SNS로 맞불을 놓으려 한다고 월지는 분석했다.

야후와 검색 동맹을 맺고 있는 MS는 전날 있었던 구글-야후재팬 간 제휴에 대해 공식적인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야후재팬이 구글의 검색엔진을 채택하게 되면 일본 검색 시장의 점유율이 90%나 되기 때문이다. MS는 2월 포털서비스 업체인 야후와 제휴를 맺고 세계 59개국 야후 사이트에 MS의 검색엔진 '빙'을 채택하도록 했다. 구글과 맞설 동맹군을 모은 것이다. 그러나 야후재팬이 구글을 선택하면서 뒤통수를 맞은 격이 됐다.

구글은 스마트폰용 모바일 검색 시장에선 애플 인텔-노키아 등과 연합전선을 펴고 있다. 반면 MS는 림 모토로라 등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구글은 또 스마트폰 넥서스원 생산을 위해 HTC와 제휴를 맺었지만 MS도 HTC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윈도 기반의 스마트폰 출시를 서두르고 있다.

세계 최대 휴대폰 업체인 노키아는 최근 인텔과 손잡고 스마트폰 운영체제(OS)인 '미고'를 공동 개발했다. 노키아는 조만간 미고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내놓을 계획이다. 노키아는 5월 스마트폰 OS 시장의 경쟁 업체인 MS와도 스마트폰용 소프트웨어 개발을 위한 제휴를 맺고 '적과의 동침'을 시작했다.

스마트폰 OS에서 급부상한 애플을 겨냥한 동맹이다. 애플은 그러나 스마트폰 검색 시장에서는 구글과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아이폰에 구글의 검색엔진을 탑재하고 있는 것.

한편 애플의 웹애플리케이션 시장 독점을 저지하기 위해 KT SK텔레콤 버라이즌 차이나모바일 NTT도코모 텔레포니카 등 이동통신업체와 삼성전자 LG전자 소니에릭슨 등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은 이날 WAC(도매 애플리케이션 커뮤니티)를 공식 출범시켰다. 이들은 운영체제와 관련없는 독자적인 애플리케이션 스토어를 개설하고 이를 탑재한 휴대폰을 내년 5월께 시장에 내놓을 예정이다.

김태완/강경민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