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 포기 때 계약자와 시공사,시행사는 법적으로 어떤 상황에 처할까.

18일 법조계 및 건설업계에 따르면 시행사나 시공사는 계약자 명의로 금융사로부터 중도금과 잔금을 대출받기 때문에 최종 채무 의무는 계약자가 진다. 하지만 대부분의 중도금 및 잔금 대출은 시행 · 시공사 지급보증이 이뤄져 대출 만기 때 은행은 1차적으로 시행 · 시공사에 대신 빚을 갚으라는 '대위변제'에 나선다.

이 경우 시행 · 시공사는 계약자들의 중도금을 대신 갚게 된다. 분양률을 높이기 위해 초기 계약금을 분양가의 5% 정도로 책정한 시행사나 건설사가 입주 포기 때 자금 압박을 강하게 받는 이유다.

계약자들이 입주 포기 후 건설사와 계약을 해지하면 계약금을 떼인다. 또 중도금 이자와 분양받은 아파트에 나온 관리비도 고스란히 물어내야 하는 게 일반적이다. 무이자나 이자 후불제로 계약했더라도 해약 당사자가 계약자인 만큼 이자를 무는 게 일반적이다.

계약자들이 위약금과 이자를 내지 못하겠다고 버티면 사정은 복잡해진다. 시행 · 시공사들은 대위변제한 중도금에 대한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동안 구상권이 행사된 사례는 거의 없지만 입주 포기를 차단하기 위해 행사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관련 업계의 분석이다.

시행사나 건설사가 자금난을 겪고 있다면 대납을 거부할 수 있다. 이때 금융사는 해당 아파트를 공매에 부쳐 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 준공 후 해당 아파트에 대한 1순위 채권을 확보하고 있어서다.

준공 후 통상 45~60일가량 주어지는 입주 기간 이후에도 입주하지 않으면 계약자들은 잔금에 대해 연 17~18%의 연체이자를 물어야 한다. 연체이자는 계약자와 금융사 간 관계가 없다. 시행사가 계약조건 위반을 이유로 계약자에게 임의로 거둬들이는 돈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계약자들이 연체이자로부터 자유롭지는 않다. 연체이자를 내지 않으면 시행사나 건설사가 계약 해지에 응하지 않게 마련이어서 이를 둘러싼 분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입주 포기가 장기화돼 계약자들이 연체이자 등을 계속 내지 않으면 신용불량자 등록 등 금융거래에서 불이익을 받을수도 있다.

김승배 피데스개발 사장은 "아파트 단지마다 계약 조건이 달라 법 절차도 다양하다"며 "분쟁이 지속되면 계약자나 자금 압박을 받는 건설사,시행사가 모두 어려움에 처하는 만큼 적절한 수준에서 해법을 찾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