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과 27일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출구전략'(위기 때 나온 조치를 정상화하는 것)에 대한 국제공조가 사실상 와해됨에 따라 세계 경제에 불안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미국이 위기 극복을 위한 경기 부양의 필요성을 계속 주장하고 있긴 하지만 재정건전성을 위협받고 있는 유럽 국가들이 긴축으로 돌아서고 있기 때문이다. G20 회원국들은 2013년까지 재정적자를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감축하기로 했다.

세계 경제의 85%를 차지하고 있는 G20 국가들이 재정 긴축에 들어가면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벗어날 기미를 보이고 있는 세계경제가 다시 고꾸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른바 더블딥(경기상승 후 재침체)이다. 세계적 석학들도 향후 경제에 대해 공황까지는 아니더라도 장기불황을 면하기 어렵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커져가는 긴축 리스크

캐나다 정상회의에서 초미의 관심사는 경기와 재정 간 우선순위 설정이었다. 미국은 경기 부양이 우선이라고 나섰지만 유럽 국가들은 재정건전성 회복이 더 시급하다고 맞섰다.

결론은 유럽의 승리였다. 미국이 1930년대 대공황을 거론하며 "성급한 긴축은 안 된다"고 했지만 재정적자에 대한 걱정이 만만찮은 일본과 긴축이 필요한 중국이 유럽의 손을 들어줬다.

폴 크루그먼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는 이와 관련,"세계 경제는 '제3의 공황' 초기 단계에 진입했으며 다가올 불황은 1930년대 대공황이 아닌 1873년 장기 불황에 가까운 양상을 띨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유럽에선 위기 때 나온 조치들을 원상 회복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유럽중앙은행(ECB)이 1년 전 유로존 1100여개 은행들에 대출해 준 4420억유로의 대출만기가 7월1일 도래하면서 신용경색 공포가 되살아나기도 했다. ECB가 1년 만기 대출을 연장해 주지 않아 파산하는 은행들이 속출할 것이라는 우려다.

ECB는 시장의 불안이 확산됨에 따라 오는 9월까지 3개월 만기 대출을 계속하는 등 파장을 최소화해 나가기로 했다.

◆따로 노는 각국의 정책

글로벌 위기에서 벗어나는 속도가 천양지차여서 국가별 정책도 제각각이다. 회복 속도가 상대적으로 빠른 아시아 · 태평양 국가들은 물가를 걱정하고 있다. 호주는 이미 여섯 차례 정책금리를 인상했고 물가상승률이 10%를 웃도는 인도 역시 정책금리 추가 인상을 예고했다. 베트남과 말레이시아는 물론 최근엔 대만까지 정책 금리를 인상했다.

중국도 올초부터 출구전략에 들어간 상태다. 중국은 지급준비율을 인상하는 동시에 은행에 대한 창구지도를 통해 대출금 규모를 큰 폭으로 줄였다.

회복세가 나타나고 있는 미국도 광의의 출구전략에 착수한 상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지난달 재할인율 금리를 연 0.5%에서 연 0.75%로 인상한 데 이어 이달 중순부터 기간예치금제도를 시행,시중은행에 풀었던 자금을 회수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유럽은 재정 쪽에서 출구를 보는 양상이다. 독일 프랑스 영국 등이 대규모 재정긴축 방안을 이미 발표했다. 독일은 앞으로 4년간 800억유로를 긴축키로 했고,프랑스는 내년부터 3년간 450억유로의 정부지출을 줄이기로 했다. 영국 역시 올해부터 5년간 850억파운드에 달하는 고강도 긴축안을 선보였다.

반면 유럽중앙은행(ECB)을 중심으로 운영하는 통화정책에선 기존의 통화공급 확대 정책을 강화하느냐 축소하느냐를 놓고 혼선된 메시지들이 이어져 시장의 불안감을 불식시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는 "ECB의 양적 완화에도 불구하고 재정감축이 혹독해 유로존의 더블딥 가능성은 50%를 넘는다"고 말했다.

◆한국의 영향은

정부는 올 한해 성장률이 6%를 넘어설 수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G20 국가들의 긴축이 본격화될 경우 올해 하반기 성장세가 둔화될 것이란 전망도 많다. 예컨대 한국은행은 올해 한국의 성장률을 상반기 6.6%,하반기 4.0%로 보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상반기 7.0%에서 하반기 3.4%로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손성원 미국 캘리포니아대 석좌교수는 "아직까지는 금리 인상 등 출구전략을 시행하는 것이 이르다"고 지적했다.

박준동/김동욱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