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제에 짙은 먹구름의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아직은 산업생산과 투자가 큰 폭으로 증가하는 등 국내 경기가 강한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선행지수가 계속 떨어지는 등 불안한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국내 소비가 취약한 상황에서 세계 경제가 더블딥(경기 상승 후 재침체)에 빠질 경우 수출에 의존한 국내 경제는 안정적으로 성장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통계청이 30일 발표한 5월 산업활동동향은 국내 경제의 회복세가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광공업(제조업 광업 전기 · 가스업) 생산은 전년 동월 대비 21.5% 늘어나 11개월 연속 증가했다. 설비투자도 22.3% 늘면서 7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생산 증가에 힘입어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82.8%로 1995년 6월(83.2%) 이후 14년 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산업생산이나 공장가동률 등의 지표만 보면 '호황'수준이라는 것이 대부분 경제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6개월 뒤 경기 흐름을 보여주는 선행지수 전년 동월비는 하락하고 있다. 지난 5월 선행지수 전년 동월비는 8.0%로 전달보다 0.6%포인트 떨어졌다. 올해 1월 하락세로 반전한 이후 5개월째 내림세다. 통상 6개월 이상 선행지수가 떨어지면 경기가 꺾인다는 것이 통설인 점을 감안하면 선행지수의 움직임은 '올해 하반기부터 경기 상승세가 꺾일 것'임을 예고한다고 볼 수 있다.

현재의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101.4로 4월보다 0.3포인트 올랐다. 하지만 지난 2월 0.7포인트,3월 0.6포인트,4월 0.5포인트로 상승폭이 점차 줄어드는 것을 감안하면 동행지수 역시 조만간 꺾일 가능성이 있다.

생산 및 투자 증가가 수출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점도 성장 동력의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반도체 등 주력 수출업종과 제조업의 상황을 반영하는 광공업 생산은 20%대의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으나 부동산 운수 음식 · 숙박업 등 내수시장의 상황을 나타내는 서비스업 생산은 전년 동월 대비 3.8% 증가에 그쳤다. 서비스업 생산의 전년 동월 대비 증가율은 2월 7.3%였으나 3월 5.5%,4월 3.7% 등으로 낮아지는 추세다.

소매판매액 증가율 역시 2월 13.1%에서 3월 9.9%,4월 7.3%,5월 3.6%로 매달 낮아지고 있다.

승용차 판매가 8.8% 감소하는 등 내구재 판매 증가율이 4월 16.5%에서 5월 1.8%로 급락한 영향이 컸다.

광공업 부문에서도 수출과 내수의 온도차가 컸다. 수출용 제품의 출하지수가 152.4로 3개월 연속 높아지고 있는 것에 비해 내수용 제품의 출하지수는 122.9로 하락,3월(127.9)을 정점으로 2개월 연속 떨어졌다.

투자 측면에서는 일용직 고용 등 서민 경기와 직결된 건설부문 투자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건설공사 실적을 나타내는 건설기성액은 4월 5.7% 감소에서 5월 0.5% 증가로 전환됐지만 건설업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고 주택시장 침체가 계속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본격적인 회복으로 보기는 어렵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