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채의 최대 투자국인 중국이 미국 주식 투자 확대에 나섰다. 투자 주체는 국채와 자원 등에 주로 투자하는 국부펀드가 아니라 중국 개인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자산을 운용하는 해외펀드들이다.

27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증권당국에 접수된 투자보고서를 인용,최근 몇 개월 새 중국 투자 펀드들이 자금의 상당 부분을 미 주식에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중국 머천트펀드에서 지난 3월 설정한 글로벌리소스펀드를 운용하는 벤 장 매니저는 "다양한 시장 투자를 확대하기 위해 8000만달러의 자금 중 30%를 미국에 투자했다"고 말했다.

이 밖에 2억7400만달러 규모 차이나오퍼튜니티펀드의 경우 작년 말 24%이던 미국 투자 비중을 32%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상하이에 있는 궈타이자산운용은 4월 중국에서 미국 나스닥 주가 흐름을 좇아 투자하는 인덱스펀드를 처음으로 선보여 8100만달러를 유치했다.

월가 금융전문가들은 아직 중국의 미 주식 투자가 7억달러를 밑돌고 투자 펀드 수도 많지 않지만 자산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이 미국 주식시장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은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동안 중국 펀드의 해외 투자 비중은 3%에 불과했고 펀드매니저들은 해외 투자용으로 할당된 자금의 3분의 1 정도만 투자했을 뿐이다. 중국 내 주식 투자로 더 많은 수익률을 거둘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 들어 상하이 주식시장이 22% 하락하면서 해외 투자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해외 투자용 펀드 수익률은 평균 7% 하락하는 등 국내 투자 펀드에 비해 낙폭이 작았다.

일부 중국 펀드매니저들은 라자드자산운용,블랙록,DB어드바이저스 등이 마련한 투자 컨퍼런스에 직접 참여하기도 한다. 투자 전략도 세우고 사업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