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초 조시 코린씨는 미국 시카고 베스트 바이(Best Buy) 매장에서 아이폰 한 대를 구입했다. 보증 서비스 프로그램에도 가입했다. 그런데 아이폰이 작동하지 않았다. 매장 직원은 다른 아이폰 제품이 없다며 블랙베리 제품으로 바꿔 주겠다고 제안했다. 코린씨는 "보증 프로그램에까지 가입했는데 무슨 소리냐"며 직원의 제안을 거절했다. 곧바로 베스트 바이의 고객 서비스에 실망했다는 내용을 트위터에 올리기 시작했다.

주말이었지만 베스트 바이 고객서비스팀 직원 코럴 비글러가 코린씨의 불만 내용을 재빨리 포착해 트위터로 응답했다. 다음 날 그는 코린씨가 새 아이폰을 받도록 조치했다. 신속한 응답에 감동한 코린씨의 태도는 180도로 바뀌었다. 이번엔 "베스트 바이의 고객 서비스가 놀랍다"는 내용으로 트위팅했다. 트위터에서 3000명이 넘는 메시지 접속자(팔로어)를 가진 코린씨 아내도 같은 내용을 트위팅했다.

불만을 가진 고객의 트위팅 한 방에 회사 이미지가 큰 타격을 받을 뻔했던 베스트 바이.이 회사가 아찔한 위기를 넘기고 오히려 회사 이미지를 높일 수 있었던 것은 140자 이내의 단문 메시지 트위터를 전략적으로 활용한 '트웰프포스(Twelpforce)' 고객 서비스 시스템을 구축해 놓은 덕분이었다.

◆트위터 vs 트위터 전략

미국의 전자제품 판매 전문점인 베스트 바이가 트위터에 트웰프포스(http://twitter.com/TWELPFORCE) 계정을 만들고 고객 서비스를 시작한 것은 지난해 7월부터다. 제한적인 직원 수의 고객 서비스팀으로 대응하는 기존 서비스로는 트위터라는 소셜 미디어로 무장한 소비자들을 도저히 감당해낼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베스트 바이는 발상을 전환했다. 무엇보다 단순했다. 소비자들의 트위팅에는 직원들의 트위팅으로 대응하기로 한 것이다. 존 버니어 마케팅 매니저는 "2008년부터 트위터를 사용하는 직원들이 급속도로 늘어나고,수많은 고객들도 트위터를 통해 베스트 바이 관련 내용을 올리는 현상에 착안했다"고 말했다.

중요한 것은 경영진의 의사결정과 이행력이다. 배리 저지 마케팅 담당 최고책임자(CMO)는 "직원들이 매장 문을 열고 그저 고객들이 방문해주길 기다리는 것은 구시대적인 마케팅 패러다임"이라며 "직원들이 문을 열고 나가 고객을 찾는 게 소셜 미디어 시대의 마케팅"이라고 트웰프포스 개발 배경과 의미를 설명했다.

베스트 바이는 이런 인식과 판단에 따라 지난해 4월 개발팀을 만든 뒤 3개월 만에 트웰프포스 작품을 내놨다. 트웰프포스는 트위터를 이용해 실시간으로 고객 서비스를 대폭 확대한다는 게 기본개념이다. 소비자들의 불만을 접수하고 처리하는 소규모의 고객 서비스팀에 국한하지 않는다. 청색 티셔츠를 입고 활동하는 매장 직원들,제품과 관련한 기술 서비스를 담당하는 전문가들도 트웰프포스에 접속해 올라오는 고객들의 문의와 불만을 전방위적으로 처리한다.

◆불만 처리 시간은 12분

트웰프포스에 대한 직원들의 참여도가 높을수록 고객 서비스 내용은 좋아질 수밖에 없다. 초기 600~700명의 직원이 참여했지만 최근 2600여명으로 늘어났다. 그동안 고객들의 불만과 문의를 받아 처리한 실적은 코린씨 사례를 포함해 2만8000여건에 달한다. 버니어 매니저도 참여해 1000건 정도를 해결했다.

고객 불만을 처리하는 시간은 평균 12분 이하다. 문의와 불만을 접수하고 묵혀 왔던 관행에서 탈피했다. 고객이 문제를 지적하면 여러 직원들이 참여해 적절한 해법을 내놔 처리시간이 짧아졌다. 동기 부여를 위해 고객에 대한 응답률과 응답에 대한 고객의 만족률 등을 평가해 실적 상위 10명의 직원을 선정,시상하고 있다.

트웰프포스가 혁신적인 시스템으로 평가받는 것은 소셜 미디어를 활용한 신속한 고객 서비스로 판매 경쟁력까지 높이는 데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베스트 바이는 지난 회계연도(2009년 3월1일~2010년 2월28일)에 목표치 465억~485억달러를 웃도는 497억달러의 매출을 달성했다고 지난 24일 주총에서 발표했다. 그 전 회계연도 매출은 450억달러였다.

◆직원 · 고객의 지식센터

트웰프포스의 가치와 효과가 고객 만족과 회사 이미지 제고에만 있지는 않다. 버니어 매니저는 "직원들의 참여가 늘어나다 보니 공통 관심사를 둘러싼 새로운 사내 네트워크가 자연스레 만들어지고,제품 정보나 서비스 노하우를 서로 협조해 학습할 수 있게 된다"고 전했다. 예컨대 한 직원이 "바이러스가 발견됐다"고 올리면 다른 직원이 "퇴치법을 찾았다"고 응답하고,또 다른 직원은 "예방법을 올려놨다"는 식이다. 그는 이를 "트웰프포스를 매개로 한 조직의 수평화"라고 덧붙였다.

또 트웰프포스에서 오가는 직원들과 고객들 간,혹은 직원들 간 쌍방향 대화는 별도의 온라인 시스템인 'www.bbyfeed.com'에 연결돼 체크가 이뤄진다. 여기에서는 140자 이상으로 대화가 가능하다. '@Coral_BestBuy'라는 접속명을 가진 직원은 "트웰프포스는 회사 인적 자본의 지식발전소나 마찬가지"라고 평가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