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금융위기를 겪고 나서 한국을 모델로 삼고 있습니다."

비약적인 성장으로 세계의 이목을 끌었으나 지난해 말 금융위기를 넘지 못하고 좌초할 뻔했던 아랍에미리트(UAE)의 두바이가 새로운 각오로 `한국 배우기'에 나섰다.

압둘 바세트 알-자나히 두바이 중소기업청장은 21일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금융 위기 뒤 한국을 우리의 모델로 삼고 있다"며 "금융 위기를 잘 극복한 한국 기업의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사업 개발 노하우를 배우고 이들 기업을 두바이에 유치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말은 두바이가 전성기를 구가했던 2006년 전후엔 한국에서 `두바이 배우기' 열풍이 불었지만 금융 위기 이후 상황이 반전됐음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관심을 끈다.

`두바이 경제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알-자나히 청장은 애니메이션, 건강사업, 교육, 디자인, 패션 분야의 한국 기업이 두바이에 진출해 달라고 주문했다.

그는 "두바이 자체로만 보면 작은 시장이지만 다른 중동국가, 아프리카, 인도로 재수출하는 전략적 교두보로서 두바이는 여전히 매력이 있다"며 "과거엔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진출 비용이 비쌌지만 지금은 부동산 시장이 안정돼 외국 기업이 진출할 수 있는 최적기"라고 말했다.

한편, 두바이 정부의 사미 다핸 알-캄지 경제개발부 장관은 부도 위기 사태의 원인이었던 무분별한 부동산 개발 계획을 되짚어 보면서 재기를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두바이 정부는 경제 위기를 겪으면서 인공섬 `팜 데이라' 조성 사업 같은 대형 부동산 개발 계획을 많이 수정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두바이의 위기는 자치정부의 과도기적 문제였고, 지금은 중앙정부가 개입해 새롭게 바꿔나가고 있다"며 "두바이에 대한 투자와 지난해 금융위기를 연결해 보지 말아 달라"고 강조했다.

이어 "두바이의 위기상황에 대한 언론 보도는 과장됐다"며 "한국 역시 서방언론의 시각으로 중동을 보기 때문에 두바이의 모습이 잘못 전달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강훈상 기자 hsk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