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모바일 시장의 흐름을 바꾸어 놓고 있는 애플이 종교계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신부님들이 아이패드를 이용해 미사를 보는가 하면, 교회에서 아이폰으로 성경구절이나 찬송가를 찾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불교경전인 반야심경을 아이폰으로 읽는 신자들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런 추세와 발맞추어 종교와 관련한 아이폰용 앱도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최근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카톨릭 신부들이 미사를 볼 때 제단 위에 놓고 사용하는 미사전서를 대신할 아이패드 애플리케이션(앱, 응용프로그램)이 한 이탈리아 신부에 의해 개발됐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교황청 사회홍보평의회 자문을 맡고 있는 파올로 파드리니(36) 신부는 각종 미사에서 쓰이는 기도문과 찬송을 담은 아이패드 미사전서 앱을 만들어 다음 달부터 영어와 프랑스어,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라틴어 등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신문은 파드리니 신부가 “종이 기도서는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제단 위에 종이 기도서 대신 이런 도구(아이패드)를 올려놓는 것에 대해 지나치게 분개할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파드리니 신부는 2년 전에도 신부들이 사용하는 일과 기도서를 아이폰으로 옮긴 ‘아이브리비어리(iBreviary)’를 개발해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지금까지 이 앱은 총 20만 여명이 이다운로드했을 만큼 성공을 거뒀다. 파드리니 신부는 다만 “아이패드 미사전서 앱도 아이브리비어리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개인적인 개발일 뿐 교황청의 공식적인 입장은 아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로마 교황청은 이미 1년 전부터 아이폰이나 아이팟을 통해 교황의 강론을 들을 수 있도록 하는 등 애플이 야기시킨 새로운 모바일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올해 초 카톨릭 세계교통의 날 기념 메시지에서 “성직자들은 새로운 시대의 문턱에 서 있다”면서 “현대 커뮤니케이션 기술이 제공하는 기능을 잘 이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또 “이미지, 영상, 블로그, 웹사이트 등 최신 시청각 수단은 전통적인 방법과 함께 복음전파의 새로운 장을 열 수 있다”며 “젊은 세대에 다가가려면 성직자들도 문화 변환의 도전에 잘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애플은 개신교 교회의 예배 문화도 크게 바꿔 놓고 있다. 교회에 갈 때 성경책 대신 아이폰만을 들고 가서 성경구절이나 찬송가를 찾아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영어 성경 앱을 다운받아 성경 공부는 물론 영어공부를 하는 사람들도 있고, 성경퀴즈 앱을 활용해 관련 지식을 넓히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불교 경전인 반야심경과 천수경을 아이폰으로 읽는 신자들도 증가하고 있다. 불교계는 아직천주교나 개신교만큼 빠른 속도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외국인을 위한 영어판 템플스테이가이드북을 아이폰용 앱으로 제작하는 등 변화의 물결에 함께 하고 있다.

6~7월 중 배포될 이 앱은 증강현실을 이용해 사찰의 위치를 찾거나 108배를 하는 방법 등을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들은 "아이폰·아이패드로 이어지고 있는 모바일 기기의 발전이 종교계에도 큰 변화의 바람을 가져오고 있다"면서 "앞으로 이같은 추세가 점점 확대돼 스마트폰 등을 통한 신앙생활이 보편화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