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인 최초로 마이클 힐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2위를 차지한 신예 바이올리니스트 장유진씨(20). 열 다섯 살 때인 2006년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최연소로 입학했다. 독주회나 오케스트라 협연만 해온 그가 처음으로 실내악을 연주한 것도 이때였다. 처음에는 싸우기도 많이 했다.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연주자 2~10명이 농밀한 대화를 나눠야 하기 때문에 조율하는 과정이 만만치 않았다. 그래도 하면 할수록 희열이 더해갔다. 성장한다는 느낌을 처음으로 가졌다.

"클래식 음악의 정수는 실내악이라고 생각해요. 연주하는 입장에서도 상대방의 소리를 잘 들어야 하고 화합을 이끌어야 하기 때문에 매번 배우는 게 많죠.하지만 국내에서는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 같아 아쉬워요. "

그는 지난 6일 현악4중주단 에머슨 스프링 콰르텟 공연을 보고 감탄했다고 말했다. 곧 미국 라비니아 페스티벌에 참여하는 그는 마스터 클래스보다 세계 각국 학생들과의 실내악 연주가 더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10,17일 서울 금호아트홀에서 갖는 연주회도 실내악 공연이다. 그가 속한 금호아시아나솔로이스츠가 '쇼팽과 슈만 사이'라는 이름 아래 올해 탄생 200주년을 맞은 쇼팽과 슈만을 조명한다. 2007년 창단된 금호아시아나솔로이스츠는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이 지원해온 신예 연주자들로 구성된 실내악단.이번 시즌에는 바이올리니스트 권혁주씨,비올리스트 이한나씨,첼리스트 이정란씨,피아니스트 손열음씨와 조성진군,클라리넷 연주자 김한군 등으로 구성됐다.

그는 10일 공연에서 리스트의 '바다의 낭만에 의한 듀오 콘체르탄트',파가니니의 '현악 4중주 3번',17일 클라라 슈만(슈만의 부인)의 '피아노 3중주' 등을 연주한다. 그는 "이번에 연주할 곡들은 국내 공연에서 좀처럼 들을 수 없는 귀한 곡인데 저도 무대에서는 처음 연주하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리스트의 작품은 선율이 화려하고 그의 작품 중 드물게 바이올린도 들어간 곡이에요. 파가니니 곡에서는 첫 번째 바이올린이 돋보이는 그의 전형적인 선율을 즐길 수 있을 겁니다. 클라라 슈만의 곡도 예전부터 무대에서 꼭 연주해보고 싶었던 낭만적인 작품이죠."

10일 공연에서는 '쇼팽의 뮤즈'라는 부제답게 쇼팽에게 영향을 준 존 필드의 '녹턴'과 슈베르트의 '피아노 3중주 2번'도 들을 수 있다. 17일 '슈만의 로망스'에서는 슈만이 극찬했던 쇼팽의 작품과 브람스의 '피아노 3중주'도 즐길 수 있다.

장씨는 지난 2월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을 최우수 성적으로 졸업하고 대학원(전문사 과정)에서 김남윤 교수의 가르침을 받고 있다. 오는 10월에는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