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금융시장이 크게 요동치고 있다. 어제 코스피지수가 한때 70포인트나 떨어지는 폭락장세를 보였고 원 · 달러 환율은 달러당 61원이나 폭등했다가 간신히 35원 오른 1250원으로 마감했다. 남유럽 재정위기 파장이 지속되는 가운데,천안함 사태 이후 우리 측의 강경대응에 따른 남북관계의 급속한 경색으로 '북한 리스크'가 상승효과를 일으켜 금융시장에 충격을 주는 양상이다.

우선 외국인들이 주식투자자금을 대거 빼내가고 있는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외국인들은 어제 하루에만 5800억원의 주식을 팔아치우며 이달 들어 4조8000억원 이상을 회수했다. 이로 인해 코스피지수는 지난달 말에 비해 180포인트 넘게 급락(急落)했다. 외국인들이 주식을 판 자금을 외환시장에서 안전자산인 달러로 바꾸는 바람에 원 · 달러 환율은 이달에만 141원이나 치솟아 상승률이 무려 13%에 육박하는 상황이다.

외국인 자금 이탈은 대만 일본 인도 태국 등 다른 아시아국가에서도 마찬가지지만,우리의 경우 유출자금이 훨씬 많고 주가와 환율에 미치는 악영향이 가장 두드러진다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앞으로도 상당 기간 북한 리스크가 외국인들의 자금회수를 부추길 가능성이 높은 마당에,7월에 그리스를 비롯한 스페인 포르투갈 등의 대규모 국채 상환이 예정돼 있고 보면 외국인들의 달러 수요는 계속 늘어난다고 봐야 한다.

그나마 외국인들이 채권에 대해선 여전히 매수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다행이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국채와 통안채를 중심으로 27조1000억원어치의 채권을 샀던 외국인은 이달에도 24일까지 6조3700억원어치를 매입해 총 보유규모가 92조6000억원으로 증가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외국인들의 우리 경제에 대한 신뢰가 여전하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렇더라도 앞으로 유럽 재정위기 확산과 함께 북한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더 커질 경우 외국인의 채권투자 자금마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자금을 유지 · 관리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급선무인 이유다. 우선적으로 현재 외국인 채권투자액의 절반 이상이 집중되어 있는 만기 1년 이내 단기물을 만기 5년 또는 10년짜리 장기물로 유도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외국인 자금이 들고날 때마다 힘없이 휘둘리는 외환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근본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금융회사 등 건전한 시장참여자를 늘림으로써 거래규모를 키워 해외자금 유출입에 따른 변동을 줄이는 것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