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1.옷가게를 운영하는 30대 후반의 손상훈씨는 은행 계좌를 조회하려면 네이버에 접속한다. 거래처와의 수금이나 대금 지급을 하려면 여러 은행의 계좌를 쓸 수밖에 없는데 네이버 통합계좌조회 서비스를 이용하면 여러 은행의 계좌를 한꺼번에 조회할 수 있어 편리하기 때문이다. 계좌 이체를 하려면 해당 은행 배너를 클릭해 바로 은행 홈페이지로 들어갈 수 있다.

#사례2. 20대 후반 직장인 전수현씨는 요새 공모주 투자에 재미를 붙였다. SK C&C로 쏠쏠한 수익을 거뒀고 환영철강 공모주청약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공모주 청약은 주간사인 증권사 계좌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여러 증권사에 계좌를 개설했다. 그러다보니 거래하고 있는 여러 증권사 계좌와 은행 계좌까지 한 눈에 볼 수 있는 네이버 통합계좌조회를 자주 찾는다.

네이버 통합계좌조회 서비스(http://acct.naver.com)가 소리없이 가입자 수를 늘려가면서 금융회사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2008년 9월 출범할 때만 해도 제휴 금융회사가 많지 않아 이용하는 사람이 적었지만 올해 들어 국민은행 등 주요 은행,금융사들과의 제휴가 이뤄졌다. 12일 현재 시중은행 8개,증권사 13개,카드사 3개의 계좌조회가 가능하다.

◆네이버 계좌조회 시작은 미미하지만…

지난달 말 현재 이 서비스에 가입한 사람은 40만3000여명으로 아직까지는 그리 많지 않지만 잠재력이 커 금융회사들은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거래은행과 증권사 카드사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있는 계좌 내역을 한꺼번에 볼 수 있다. 은행 입출금 통장뿐 아니라 정기예금과 적금,대출 내역도 확인할 수 있고,주식 거래를 하고 있으면 주식 잔고와 실시간 평가금액도 볼 수 있다. 은행 증권 펀드 종합자산관리(CMA) 계좌뿐 아니라 카드 청구 내역과 승인 내역까지 원스톱 조회가 가능하다. 또 가계부 서비스가 붙어 있어 수입과 지출을 관리할 수 있다.

네이버는 아직 제휴를 맺지 못한 은행과 증권 · 카드사는 물론 앞으로 보험 선물 옵션으로까지 서비스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은행들 반응은 제각각

은행들은 이 서비스가 얼마나 활성화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네이버가 혹시나 금융사들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에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네이버가 포털의 힘을 이용해 자금 이체나 금융상품 비교 · 판매 등으로까지 확장할 수 있기 때문에 제휴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웠다"고 말했다.

반면 제휴를 맺은 은행들은 네이버의 영역 확장을 경계하고는 있지만 계좌조회 이외에는 별 영향이 없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가장 먼저 네이버와 제휴를 맺은 신한은행은 "인터넷 뱅킹은 은행 홈페이지를 통한 서비스가 근본"이라며 "계좌조회 이외의 서비스는 허용하지 않으면 그만"이라고 말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네이버가 개인 정보 자산(Personal Asset)의 플랫폼이 돼야 한다는 생각에서 수익모델과 상관없이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라며 "고객 편리를 위해 금융기관과 이용자를 연결해주는 역할에 충실할 뿐"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정재형 기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