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 2 지방선거의 최대 승부처인 서울시장 선거에 임하는 여야의 선거전략이 뒤바뀐 형국이다. 오세훈 한나라당 후보가 경선 경쟁자를 끌어안는 포용력을 과시한 데 이어 공격적 미디어 전략으로 공세에 나서고 있는 반면 한명숙 민주당 후보는 아직까지 소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11일 열린 오 시장의 선대위발족식에는 경선후보였던 나경원 원희룡 김충환 의원이 공동선대위원장으로 나란히 참석해 화합의 장을 연출했다. 나 의원은 "오 후보는 여성적 리더십도 지니고 있어 한 후보와 성대결로 붙더라도 결코 불리하지 않다"며 본격적인 지원사격에 나섰다. 원 의원 측 관계자도 "오 시장 측에서 도와달라고 해서 캠프에 합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승자가 경쟁자에게 먼저 손을 내미는 모습으로 세를 확대하는 전략이다. 여기에 중앙당도 검사 스폰서 의혹에 대한'특별검사제 전향검토'와 '현명관 제주지사 공천 박탈'카드 등을 통해 선거전을 측면 지원하고 있다. 정몽준 대표 등 지도부는 "한 후보에게는 공직자 DNA가 없다"는 등 연일 강도 높게 비판하며 오 후보를 거들고 있다.

반면 한 후보 측 캠프는 당내 무경선 후유증과 야권연대 지연으로 통합 선대위 출범이 늦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시 공약을 오랫동안 가다듬어 온 이계안 전 의원과 김성순 의원에게 먼저 손을 내미는 적극성도 보이지 않고 있다. 30여명의 이 전 의원 캠프 인사들은 이미 해단식을 가졌고 김 의원 측은 일찌감치 송파구청장 선거운동에 전념키로 입장을 정리했다. 이 전 의원 측은 "여론조사 경선 등으로 마음의 상처를 많이 받아 이번 주까지는 쉴 계획"이라며 "그렇다고 당이나 한 후보 측에서 도와달라는 공식 제안이 들어온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민주당과 한 후보 측 간의 유기적 협력 부재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민주당이 이해찬 전 총리가 지휘하는 한 후보 측 선대위를 직접 지휘할 수 없는 기형적 구도로 인해 서울시장 선거전에서 중앙당의 역할이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여론조사에서 큰 격차로 뒤지고 있는 한 후보의 미디어 노출이 오히려 오 후보에게 밀리고 있는 것도 이런 난맥상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당내 한 의원은 "가장 큰 문제는 지방선거 공천을 둘러싸고 정세균 대표를 비롯한 당권파와 의원들 간 감정의 골이 깊어지면서 이런 상황을 제대로 전달할 소통채널마저 닫혀버린 것"이라고 토로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선거이슈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해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