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밤 상하이 엑스포 전시장 남쪽 루푸대교와 기업연합관이 있는 푸시지역의 황푸강변. 폭죽과 함께 소리와 빛,전기,강물,연기,분수,거대 발광다이오드(LED) 벽 등을 이용한 개막쇼가 펼쳐지면서 6개월간의 상하이엑스포가 막을 올렸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이날 "상하이엑스포를 통해 전 세계에 '녹색 · 정보기술(IT) · 정신문명'의 새로운 물결이 형성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상하이엑스포 조직위원회는 3대 테마를 상징하는 전시 기법을 총동원했다. 밤이면 화려한 야경을 이루는 직경 97m,높이 42m의 나팔꽃 모양 초대형 기둥 '선밸리'(태양 계곡)는 태양광을 모아 사용하는 자체발광시스템으로 운영된다. 엑스포 전람관 내 모든 차량을 전기로 운행,공해물질 배출이 없는 탄소 제로(zero)를 표방했다.

또 세계인이 엑스포 전시장을 가상현실처럼 볼 수 있는 3차원 온라인 전람관을 마련,공간을 초월하는 IT가 삶과 조화를 이룰 수 있음을 강조했다.

◆…개막식 행사에선 '중화부흥'을 강조했던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와 달리 중국 민족 뿐 아니라 인류의 화합에 역점을 두는 모습이었다. 쑹주잉과 청룽이 첫 무대로 허셰환거(和解歡哥,화해 기쁨의 노래)를 부를 때는 56개 민족 복장을 한 무용수들이 분위기를 돋웠다.

뉴질랜드와 아프리카 전통공연도 펼치는 등 중국 특색 공연 일변도였던 올림픽 개막식과는 사뭇 달랐다. 시각장애를 딛고 일어선 이탈리아 출신의 세계적인 팝페라 가수 안드레아 보첼리가 '공주는 잠못이루고'라는 노래를 부른 뒤 중국 여자 어린이와 포옹하는 장면을 연출,중국과 세계의 화합과 우정을 강조했다.

후진타오 국가주석은 개막식에 앞서 열린 환영만찬에서 "중국은 흔들림 없이 평화발전의 길을 걷고 윈윈의 개방전략을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엑스포 개최 도시인 상하이는 30일 도시 전체가 축제 분위기였다. 화이하이루 등 도심 거리엔 오성홍기가 형형색색의 네온사인에 걸려 있어 밤하늘의 불꽃과 조화를 이뤘다. 고가도로에는 붉은색과 푸른색의 조명이 설치됐고,육교마다 '상하이는 당신을 환영합니다'란 문구가 새겨졌다. 상하이 시당국은 이날부터 5일간 연휴에 들어갔다. 중국의 노동절 연휴는 5월1일부터 3일간이지만 상하이만 4월30일부터 5월4일까지로 늘렸다.

◆…개막식의 하이라이트는 밤하늘을 수놓은 불꽃놀이.468m 높이의 둥팡밍주탑을 비롯한 푸둥의 고층 빌딩과 황푸강 위에 떠있는 15척의 선박 등 황푸강가의 3.3㎞ 구간에서 화려한 불꽃놀이가 연출됐다. 하늘에 'EXPO'라는 영문 표기와 오각형 별을 포함한 300여종의 불꽃무늬가 새겨지며 장관을 이뤘다. 이날 사용된 폭죽은 모두 10만발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올림픽(8만발) 때보다 더 많다.

◆…세계 각국 정상들이 집결한 상하이는 전시를 방불케 하는 보안체계가 가동됐다. 지난 29일부터 엑스포 전람관엔 일반인은 물론 취재기자들도 접근이 불허됐다. 지하철을 타기 전에 가방 등은 투시기계를 통해 검사를 받아야 했다. 베이징올림픽 때 베이징의 지하철역과 같은 수준의 보안체계를 가동한 것.

시내 곳곳에서 검문검색이 이뤄지며 테러나 시위를 경계하는 모습이었다. 이날 저녁 개막식 행사에 참석한 사람들은 4시간 전에 입장해야 했다. 엑스포 전람관 근처 황푸강을 가로지르는 루푸대교는 이날 0시부터 다음 날 오전 4시까지 통행이 전면 차단됐고,공항에 도착한 VIP들이 이동하는 동안 차량 통행이 곳곳에서 중단되면서 도심의 차도는 하루종일 꽉 막혔다.

◆…상하이 세관은 지난 28일까지 엑스포 전시를 위한 물품 1570건,8억6000만달러어치가 반입됐다고 30일 밝혔다. 이 중에는 총 가격이 4억유로를 초과하는 프랑스 박물관의 유화 및 조각품 7점과 덴마크의 인어공주 동상 등 국보급 예술품이 포함돼 있다. 첨단기술의 전시품들도 속속 들어오고 있다. 독일의 LED 기기,일본 혼다자동차의 신개념차 모형과 로봇,러시아의 달모양 차,프랑스의 지능형 로봇 등이 들어왔다. 소리와 빛,전기 등을 이용한 독특한 전시문화 설비들은 통관을 마쳤으며 각국의 특색을 반영한 공예품들도 대량으로 유입됐다.

◆…중국의 차세대 지도자 리커창 부총리와 리창춘 정치국 상무위원 등 중국 최고위 지도자들이 30일 한국관을 찾아 눈길을 끌었다. 리 부총리는 이날 오전 10시30분쯤 고위 간부 20여명과 함께 한국관을 방문,조환익 KOTRA 사장의 안내로 북춤 공연을 관람하고 전시장을 둘러봤다. 리 부총리가 이날 국가관 안까지 들어가 공연을 관람한 곳은 한국관이 유일하다. 그는 "문화와 기술이 잘 융합돼 있다"며 "한국관의 성공을 기원한다"고 말했다. 리 상무위원 일행 30여명도 한국관을 찾아 약 40분간 머물면서 "관객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한 전시물이 매우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상하이=조주현 특파원/오광진 기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