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30일 상하이 시자오호텔에서 가진 6번째 정상회담은 약 30분간의 간이회담 형식이었다. 그렇지만 천안함 사고,한 · 중 자유무역협정(FTA) 등 민감하고 굵직한 현안이 걸려 있는 만큼 두 정상의 한마디 한마디에 관심이 쏠렸다. 양 정상은 두 문제에 대해 원론적 수준의 이야기만 오갈 것이란 당초 전망과 달리 비교적 깊이있는 의견을 나눴다.

◆"첫단추 뀄다"

천안함 사고와 관련,후 주석은 "희생자와 그 가족들에게 위로와 위문의 뜻을 표한다"고 말했다. 의례적인 말일 수 있지만 언론에 공개된 모두 발언을 통해 이 같은 뜻을 전한 데 대해 청와대는 상당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천안함으로 남북 간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는 상황에서 중국 측의 깊은 관심을 반영한 것이라고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은 분석했다.

이 대통령이 "5000만 한국 국민이 이번 사건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한 것은 함의가 있다. '5000만'이란 표현은 한국민의 슬픔과 분노가 얼마나 큰 것인가를 단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이 수석은 전했다. 이 대통령은 과학적 · 객관적 조사를 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그 결과가 나오는 대로 중국 측에 알리겠다고 했다. 천안함 침몰 사고가 만약 북한의 소행으로 드러나면 유엔안전보장이사회를 비롯한 국제사회에 이 문제를 끌고 가 대북제재 수순으로 들어가야 한다. 중국 측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한 발언이다.

후 주석은 "한국 정부가 과학적이고 객관적으로 조사하고 있는 데 대해 평가한다"고 했다. 이 수석은 "두 정상 간에 논의를 했다는 것 자체가 의미있다. 양국 간 공식 협의의 첫단추"라고 말했다. 북한이 혈맹으로 여기는 중국 최고지도자가 극도로 민감한 사안인 천안함 사태를 직접 언급한 것은 향후 대북 제재국면이 현실화될 경우를 가정했을 때 상징성이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그렇지만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가 논의될 경우 중국이 유보적인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FTA,조기 추진 공감

두 정상은 양국 FTA에 대해 의지를 드러냈다. 요지는 양국의 산 · 관 · 학 공동연구를 조속히 마무리하고 전향적으로 진전시켜 나가자는 것이다. 두 정상은 지금까지 FTA 필요성에 대해 여러 번 언급했다. 2008년 5월 베이징 첫 정상회담과 석달 후 서울회담에서 FTA추진에 대한 의지를 천명했다. 다만 구체적인 타임 테이블은 제시하지 못했다. 중국 측이 좀 더 적극적인 반면 우리 정부는 다소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이번에도 한국보다 중국이 더 서두르는 모양새다. 후 주석은 "미래를 감안해 FTA를 가속화하자"고 했다. 이 대통령은 연구보고서 등 절차를 촉진하자는 취지의 말을 했다. 양국 간 실제 협상에 들어갔을 경우에 대비,전략적 요소를 고려한 페이스 조절 차원이란 분석도 있다.

다만 이 대통령이 최근 "상황이 달라졌다"며 여러 번 적극적 의지를 보인 바 있어 이번 회담을 계기로 속도를 낼 것이란 관측이다. 한 · 중 정부 간 FTA협상이 연내 시작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한 · 중 FTA는 워낙 광범위한 만큼 낙관은 금물이란 지적도 있다.

상하이=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