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키아가 왜 이런가. 세계 최대 휴대폰 메이커인 핀란드 노키아가 22일(현지시간) 1분기 실적을 발표하자 투자자들은 실망했다는 반응을 보이며 노키아 주식을 내다 팔았다. 이 바람에 핀란드 런던 등지에서 하루 만에 주가가 14%가량 떨어졌고 시가총액이 50억유로(약 7조4000억원)나 감소했다. 매출과 이익이 애널리스트들의 기대치를 밑돈 데다 신제품 발매 시기가 3개월 늦춰졌기 때문이다.

노키아는 올 1분기 매출 95억유로와 순이익 3억4900만유로를 기록했다. 작년 1분기에 비하면 매출이 3% 증가했으나 불황이 극심했던 시기란 점을 감안하면 의미가 반감한다. 작년 4분기에 비하면 21%나 줄었다. 투자자들은 순이익에 대해서도 매출에 비해 너무 적다며 평가절하했다. 하루 전 애플이 발표한 49% 매출증가율과 20%대 영업이익률에 비하면 초라하다는 것.

투자자들이 실망한 근본적인 원인은 노키아가 아이폰 안드로이드폰에 대적할 신제품을 제때 내놓을지 확신할 수 없다는 점이다. 노키아는 이날 심비안3 운영체제(OS)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예정보다 3개월 늦은 3분기에 발매하고 심비안4 탑재 최상위 폰은 내년에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한 애널리스트는 "하반기에 혁명적인 신제품을 내놓아도 경쟁하기 힘들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가트너의 애널리스트는 노키아가 '아이폰 킬러'를 내놓지 못해 '휴대폰 업계의 포드'로 전락했다고 비유했다. 벤츠나 BMW급은 안되고 싼 가격에 비하면 쓸 만한 '포드급 메이커'가 됐다는 얘기다. 블룸버그는 노키아가 아이폰이나 블랙베리에 대적할 신제품 개발에 실패하자 제품 가격을 후려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평균 판매 가격을 9개월 동안 18%, 최근 5년 동안 44%나 떨어뜨렸다는 것.

노키아는 2분기 영업이익률 전망을 9~12%로 예상한다고 발표했다. 자칫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이 깨질 수 있다고 시인한 셈이다. 노키아는 2000년대 중반 전성기 때는 20%대 영업이익률을 과시했으나 애플이 아이폰을 내놓은 2007년 이후 고전하고 있다. 투자자문회사 애러미어애셋의 한 애널리스트는 "가장 큰 문제는 노키아가 더 이상 테크놀로지 리더가 아니라는 점"이라고 진단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노키아는 1999년에는 시가총액이 2030억유로(2700억달러)에 달해 유럽 기업으로는 1위였다. 그러나 현재는 363억유로로 감소했다. 애플의 현재 시가총액은 2360억달러다. 10여년 전 노키아가 차지했던 테크놀로지 리더의 지위를 사실상 애플이 가져간 셈이다. 애플은 1분기에 135억달러 매출과 30억7000만달러 이익을 기록했다. 1년 전에 비해 각각 49%와 90% 증가한 수치다.

노키아는 1분기에 스마트폰 시장에서 41%의 높은 점유율을 기록했다. 스마트폰 판매 대수도 2150만대로 1년 전에 비해 57% 증가했다. 문제는 대부분 저가 폰이라는 점이다. 노키아의 1분기 스마트폰 평균판매가격은 155유로(205달러)에 불과하다. 애플 아이폰 평균판매가격은 노키아의 3배에 가까운 600달러나 된다. 그런데도 애플은 작년 1분기에 비해 131% 늘어난 875만대를 팔았다.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는 아이폰이 나온 뒤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전에는 성능 좋고 가격 저렴한 휴대폰을 만들기만 하면 됐다. 그런데 애플과 구글은 소프트웨어 개발도구(SDK)를 공개하고 전 세계 개발자들을 끌어들이는 전략을 내놓았다. 이에 따라 스마트폰 시장이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 대결구도로 변하고 있다.

노키아가 처한 현실이 삼성전자 LG전자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패러다임이 바뀐 상황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존망이 갈릴 수 있다. 삼성과 LG는 안드로이드폰과 기존 윈도폰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삼성은 자체 OS를 탑재한 바다폰도 내놓을 예정이다.

패러다임이 바뀐 휴대폰 시장에서 1위 노키아와 2,3위 삼성 LG는 과연 어떻게 돌파구를 찾을까. 5위 모토로라는 1분기에 다시 적자로 전락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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