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개막된 '2010 세계 경제 · 금융컨퍼런스'에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금융시장의 새 질서,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의 역할,출구전략,G2(주요 2개국)로 부상한 중국 경제의 전망에 대해 깊이 있는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이번 컨퍼런스에서 논의된 내용은 오는 11월 서울에서 열릴 예정인 G20 정상회의 등을 거쳐 세계 경제질서를 형성하는 데 반영될 것으로 기대된다. 에드워드 프레스콧 애리조나주립대 교수 등 21일 세션에서 기조연설을 할 연사들이 미리 배포한 자료 등을 통해 컨퍼런스에서 논의될 주요 내용을 살펴본다.

◆국제 금융시장의 새 질서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의 역학 구도에 나타난 가장 큰 변화는 신흥국의 부상이다. 1990년대 외환위기를 겪은 아시아 신흥국이 금융 부문에서 상당한 구조적 개선을 이뤄내며 이번 금융위기에서 가장 빠르게 회복되고 있는 반면,주요 선진국은 금융 부문의 과잉에 따른 부작용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선진국에 비해 강한 회복력을 보여준 신흥 시장국이 글로벌 금융질서의 지배구조에서도 지각변동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실제 위기 이전 국제 공조의 축이었던 주요 8개국(G8)은 이번 위기를 거치면서 신흥국까지 아우르는 G20에 최상위 포럼의 위치를 내주고 있다.

따라서 위기 이후 새로운 경제질서를 형성하는데 G20의 역할이 중요하다. 특히 한국 등 신흥국들이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 여부도 국제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금융규제 강화 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세계 경제의 패러다임 변화와 출구전략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의 교훈 중 하나는 보다 강력한 국제 공조체제가 지속돼야 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금융 부문이 전 세계에 걸쳐 촘촘히 연결돼 있어 기존의 느슨한 국제공조만으로는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것이 이번 위기에서 확인됐다.

지난달 말 G20 조정국 5개국 정상이 발표한 공동서한에서 "자기만족을 경계하며 초심으로 돌아가 긴장을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자국의 금융발전만을 꾀하는 최소규제 경쟁의 위험성을 지적한 것으로 해석된다. 금융의 경우 글로벌 대형 금융회사에 대한 건전성 감독기준을 강화하고 임직원에 대한 보상체계를 개편하는 한편 은행세 도입 등을 통해 금융을 공공성 차원에서 접근하려는 국제적 논의가 한창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위기 동안 풀었던 자금을 거둬들이는 출구전략(exit strategy)의 시기와 방법을 놓고 국제적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현재로선 석유 등 국제 원자재 가격과 남부 유럽의 금융위기에 이어 최근 아이슬란드의 화산폭발에 따른 국제무역 위축과 함께 세계 각국 내에서도 더딘 민간 자생력 회복 문제까지 겹쳐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게 대체적인 흐름이다. 이에 따라 출구전략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는 오는 6월 캐나다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이번 컨퍼런스의 주요 참석자들도 "세계 경제가 다시 침체에 빠지는 더블딥 가능성은 적지만 섣불리 출구전략을 써서는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G2로 부상한 중국

금융위기 와중에 세계 경제 패권을 둘러싼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중국의 급부상이다. 미국과 유럽의 소비와 투자가 눈에 띄게 줄어든 반면 중국의 경기부양책은 세계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과 중국의 무역불균형과 이로 인한 위안화 절상 등 양국 간의 복잡 미묘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과거 미국에 편중됐던 우리나라 경제도 중국과 아시아에 보다 밀접돼 있어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과거에는 위안화가 절상되더라도 원화가 일정 부분 동반 절상돼 전체 교역에는 큰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지만 지금은 국내 기업 대부분이 중국에 생산공장을 갖고 있어 중국의 수출 감소가 우리나라 경제에 전체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고 컨퍼런스 참석자들은 예측했다.

주룽지 전 중국 총리의 아들인 주윈라이 중국국제금융공사회장은 "이런 변수들을 짚어본 뒤 중국과 한국이 공존할 방안을 이번 컨퍼런스에서 찾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