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위기 이후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리더십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

한국경제TV와 한경미디어그룹이 20일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개최한 '2010 세계 경제 · 금융 컨퍼런스' 개막식에 참석한 존 메이저 전 영국 총리를 비롯한 국내외 주요 인사들은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국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메이저 전 총리는 이날 '새로운 글로벌 경제질서 구축에서 G20의 역할'이란 주제의 특별 기조연설에서 "금융위기 이후 각국 정부가 보호무역주의로 돌아가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으며 불합리하고 과도한 금융 규제가 도입될 가능성도 커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서울 G20 정상회의에서 한국이 이런 움직임을 막을 수 있는 리더십을 발휘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21일 열리는 세션에서 기조연설을 할 외국 연사들도 금융위기 이후의 세계경제질서와 출구전략 등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내놨다. 이날 개막식에는 국내외 주요 인사 500여명이 참석했다.


◆메이저 전 총리 "G20 한국 리더십 기대"

메이저 전 총리는 특별 기조연설을 통해 한국의 역할을 특히 강조했다. 그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이미 최악의 상황을 지났다"며 "다만 각국이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내놓은 재정 · 금융정책이 '후폭풍(after-shock)'을 불러올 가능성은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는 세계 무역과 금융질서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며 "한국의 리더십을 기대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금융위기를 거치며 신자유주의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지만,전체 경제시스템을 고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이번에 나타난 문제점을 잘 보완하면 선진국과 신흥국이 동반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메이저 전 총리는 아이슬란드 화산 폭발로 유럽지역 항공기 운항이 차질이 빚었지만 미국을 거쳐 방한한 덕분에 기조연설을 할 수 있었다.

◆에드워드 프레스콧 교수 "금리 인상 시기 최대한 늦춰야"

2004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에드워드 프레스콧 애리조나주립대 교수는 개막식에서 "세계 경제가 다시 침체에 빠지는 더블딥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가능성이 낮다"고 일축했다. 그는 "그렇지만 각국 정부가 금리를 인상하는 시기는 최대한 늦춰야 하며 세율을 더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등 아시아 경제의 전망은 아주 좋으며 한국 경제는 이번 위기를 계기로 선진국과 대등한 수준으로 올라설 것이란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최근 골드만삭스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피소된 사건과 관련해서는 "기본적으로 쉽게 돈을 벌려고 했던 투자자들의 잘못도 분명히 있다"며 "처리 과정에서 여러 문제가 있겠지만 이를 계기로 시장 건전화에 기여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프레스콧 교수는 21일 'G20 정상회의와 금융시장의 새 질서'란 주제로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다.

◆프랭크 리히터 회장 "한국 경쟁력의 핵심은 대기업"

21일 열리는 세션에서 '세계경제 패러다임 변화 및 출구전략'이란 주제로 기조연설을 할 프랭크 리히터 미래경영전략연구소 회장은 "서방세계는 금융위기 후유증을 앓고 있지만 침체는 곧 끝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한국이 금융위기를 맞았을 때 대기업들의 저력이 큰 힘을 발휘해 가장 빨리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대기업의 취약점을 보완하기 위해선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중소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1일 '세계 투자전망'에 대해 연설할 마크 모비우스 템플턴에셋매니지먼트 회장은 "한국을 비롯한 이머징 마켓은 세계에서 가장 투자 매력이 큰 지역"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의 투자 유망 종목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전자와 기계업종이라며 구체적인 것은 21일 연설에서 밝힐 예정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상은/박신영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