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세 도입 논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곳은 외국계 은행 서울지점들이다. 한국에서는 은행세가 외화 차입에 세금을 부과하는 쪽으로 방향이 잡혀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미국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국에선 외화유동성 위기로 나타났고,이를 방지하기 위해 외은 지점의 해외 차입을 규제하는 방안을 논의해 왔다. 외은 지점의 단기 외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은행세나 레버리지 비율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외은 지점들은 그러나 금융당국이 외은 지점의 단기 외채를 문제로 인식하는 것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외은 지점이 본점 등에서 차입해 들여온 달러는 한국에서 수요가 있기 때문이며,국내 은행이 충분히 조달하지 못하기 때문에 생긴 일이라는 게 외은 지점 관계자들의 생각이다. 이 때문에 은행세를 도입해 외은 지점이 달러를 들여올 때 세금을 부과한다고 하더라도 수요가 있다면 해외 차입 규모 자체를 줄이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효성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외국계 은행이 국내에 달러를 공급할 때 서울지점을 통하지 않고 본사나 홍콩 싱가포르 등지의 아시아센터에서 직접 공급하면 세금을 매기는 것이 어렵다.

미국에선 예금이 아닌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해 대출하는 관행이 문제가 돼 은행세 부과 안이 나온 반면 한국의 외은 지점들은 700억달러가량의 달러 차입금 중 70% 정도가 원화 스와프를 통한 채권 투자로 이어지고 있는 점도 '차이점'으로 거론되고 있다. 리먼 사태 직후 문제가 된 외화유동성은 외국인의 주식투자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 생긴 것인데,엉뚱한 곳을 규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은행에서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내 은행의 달러 차입 규모는 외은 지점과 비슷한 700억달러 수준이다. 한 은행 임원은 "은행은 금융 중개가 본업"이라며 "은행세 부과의 불똥은 기업으로 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