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모바일 솔루션업체를 운영하는 A사장은 요즘 회사일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고 했다. 스마트폰 덕분에 급부상한 모바일 시장을 주도할 신제품을 개발하고 거래처를 늘리는데도 시간이 모자랄 판인데 정부의 호출이 너무 잦은 탓이다. IT(정보기술) 관련 부처들의 토론회나 간담회,태스크포스(TF) 회의 등에 하루가 멀다하고 참석한다.

A사장뿐 아니다. IT 담당부처가 여럿이다보니 대다수 IT업체들이 겪는 일이다. 현 정부가 출범하면서 과거 정보통신부가 총괄하던 IT정책 업무를 지식경제부 방송통신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 행정안전부 등으로 흩어놓은 결과다.

IT산업을 무 자르듯 구분하기 어려운 탓에 업무 중복으로 인한 부처 간 마찰과 혼선도 잦았다. 지경부가 최근 IT업계와 학계 전문가로 구성한 'IT · 소프트웨어 규제개선 민관 합동위원회'도 한 예다. 규제완화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방송 통신 게임 등 타부처 업무까지 건드려 부처 간 갈등만 빚었다.

이런 이유로 IT업계는 통합 IT부처를 만들자는 김형오 국회의장의 제안을 반기는 분위기다. 스마트폰으로 촉발된 모바일 시대라는 거대한 변화 속에서 핵심 경쟁력이 될 소프트웨어 · 콘텐츠 산업 육성을 일관되게 펼칠 수 있는 정부조직 개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업계 관계자는 "모바일 시대에는 장비,통신 및 인터넷 서비스,보안,콘텐츠 등을 아우르는 종합대책을 일관되게 추진할 수 있도록 IT 관련 업무가 하나의 부처로 정리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결국 방송과 통신,IT와 굴뚝산업의 융합으로 먹을 거리를 찾으려던 현 정부의 조직개편에 다시 칼질이 필요해졌다는 지적이다.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정통부 해체는 아쉬운 일이다. 업무 영역 문제가 나오면 답답하다. 정부가 특별법 등 방안을 생각해야 한다"며 개편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통합부처의 등장이 해외에 뒤처진 모바일 산업을 일으켜세울 보증수표는 아니라는 반론이 정부 내에서도 나온다. 한 관계자는 "정부와 업계가 공감하는 비전을 만들고 이를 실행할 수 있는 최적의 조직을 꾸리는 고민이 급선무"라고 꼬집었다. 부처통합이 공론화되자마자 신경전을 벌이는 지경부나 방통위가 귀담아 들어야 할 얘기다.

박영태 산업부 기자 pyt@hankyung.com